[기업]현투 매각협상 타결이후 숙제들

  • 입력 2001년 8월 23일 18시 53분


현대투신 매각 협상이 한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쟁점이 많아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우선 1조1000억원에 3개 회사를 넘긴데 따른 ‘헐값 매각’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또 당장 투입해야할 65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 조달 방법도 명확하지 않다.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넘긴 현대증권 측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AIG측에 현대투신의 잠재 부실을 보전해주는 차원에서 현투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채 등 서울보증기금 보증채와 리스채(약 1조800억원 규모)를 우선 사주기로 한 옵션 계약은 또다른 공적자금 투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양해각서(MOU) 구속력 있는가〓정부는 23일 “이번 MOU는 구속력이 있다”며 “본계약 타결까지 양측이 MOU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드와의 대우차 매각 협상에서처럼 MOU체결이후에 협상이 깨진 전례가 많아 양해각서 체결이 곧 협상 타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AIG가 본계약에서 다른 주장을 내세워 협상이 깨질 경우 위약금을 문다는 조항도 없다.

정부는 단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등 고위관료가 MOU체결을 협상 타결인 것처럼 말함으로써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가 공적자금 조성?〓정부는 일단 현투증권에 출자할 9000억원을 마련해야한다. 현대그룹이 내놓은 현대택배 현대정보기술 현대오토넷 등 현물 출자분 2500여억원을 팔아 집어넣는다고 해도 나머지 6500억원은 공적자금에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투증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계획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과 공적자금 집행 계획 수정 등 까다로운 과정이 남아있다.

▽소액주주 문제와 현대그룹의 금융업 철수?〓금감위는 이날 현투증권의 감자(減資)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는 모두 완전감자된 전례로 봐서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는 물론 소액주주들의 손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투운용도 상장회사는 아니지만 소액주주(4.1%)가 있다. 상당수가 유상증자때 우리사주 형식으로 직원들이 받은 주식이다.

또 현투증권의 소액주주는 2만5000여명(30.9%)으로 모두 3000억원 가량을 출자했으며 동시에 현투증권 수익증권 개인수탁고 9조원중 25%인 2조3000억원을 투자해놓은 상태다.

한편 정부는 이번 MOU에서 현대그룹의 금융업 철수를 기정사실화했다. AIG측이 앞으로 현대와 관련된 사람에게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못박은 것. 정부는 AIG가 현대증권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11%가량)까지 제3자에게 위탁, 매각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훈·김승련기자>dreamland@donga.com

▼AIG는 어떤 회사▼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는 미국 최대의 보험사인 동시에 130여개국에서 보험을 비롯해 종합금융, 자산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초대형 다국적 금융그룹이다.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66억달러(약 400조원)에 이르며 연간 순이익은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웃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손해보험이 42%, 생명보험 43%이며 나머지는 자산관리, 소비자금융, 리스 등이다. 99년에는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내 17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AIG는 뿌리를 아시아에 두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1919년 C V 스타라는 미국의 젊은 사업가가 당시 동아시아의 관문이었던 중국 상하이에 AAU(American Asiatic Underwriters)라는 손해보험회사를 차렸는데 이 회사가 AIG의 전신이다. 스타는 곧이어 당시 중국인들에겐 생소했던 생명보험업을 시작해 큰 성공을 거뒀으며 10년 만에 거의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했다.

그는 1926년에 미국에 AIU(American International Underwriters)라는 보험사를 설립한 뒤 중국과 동아시아의 정치 불안이 지속되자 1939년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다.

1962년 현 회장인 모리스 그린버그가 취임하면서 AIG는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된다. 그는 보험 환경의 급변에 발맞춰 판매 방식을 바꾸고 각종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냈고 세계 각지에서 활발한 인수합병을 추진해 AIG를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보험업계의 강자로 끌어올렸다.

최근에도 AIG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을 계속 시도하고 있어 월스트리트에서는 주가가 이상 급등하면 AIG의 인수설이 나돌 정도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현대투신 매각협상 일지▼

<2000년>

△4월말∼5월초〓현대그룹 유동성 위기로 주가폭락, 자금인출 등 현대투신 사태 시작

△6월16일〓현대그룹, 연말까지 유상증자 외자유치를 통해 현대투신 자본잠식된 1조2000억원 해소를 정부에 약속

△6월22일〓현대-AIG컨소시엄, 9000억원 유치 MOU 체결. 이후 1조1000억원으로 증가

<2001년>

△1월3일〓금융감독위원회, AIG와 공동투자 의사 공개

△1월12일〓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AIG가 정부에 현대투신 공동출자 제안”

△1월26일〓현대전자-상선-엘리베이터 3사, 현대투신에 2500억원대 주식을 현물출자

△4∼5월〓AIG, 현대투신의 자산-부채 최종 실사

△8월23일〓금감위,협상타결내용 공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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