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한전 KDN사장 정연동]"철밥통 문제있으면 깨야죠"

  • 입력 2001년 8월 23일 21시 44분


《시스템통합업체인 한전KDN의 정연동(鄭然東·55)사장은 ‘철밥통을깨뜨린남자’다. 이렇다할 실적이 없어도 큰 잘못만 없으면 정년까지 편안한 직장생활이 보장되던 공기업의 문화를 깨는데 앞장서 왔다는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27년간 민간기업에서만 일해온 그는 98년 7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KDN의 부사장으로 처음 공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작년 1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부터 공기업 체질에 과감하게 칼을 들이댔다. 공기업 최초로 전직원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연공서열위주의 문화를 능력과 성과위주의 문화로 바꿔 나간 것.

“말로만 들었던 공기업 문화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 일정을 발표하고 추진하는데도 회사 안에서는 ‘이 시기만 넘기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개혁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심지어 권력기관과 한국전력 등에 나를 모함해서 내몰려는 시도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는 외부 입김을 통한 ‘사장 흔들기’가 아직도 여전하다고 말한다. 최근 비서실에서 영어문서 작성 등을 담당할 미국 여성 1명을 채용했다가 청와대 국가정보원 한국전력 등으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 이상야릇한 해석을 붙여 이들 기관에 알렸던 것.

하지만 정사장은 이런 종류의 흔들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특유의 ‘돌쇠’기질을 발휘, 개혁작업을 밀어붙였다. ‘의리의 돌쇠’는 그가 율산건설 경리부장이던 79년 붙여진 별명. 그는 당시 치안본부 분실에서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율산그룹 비자금 수사의 핵심 증거자료였던 경리장부가 있는 곳을 밝히지 않았다. 물론 그 스스로도 ‘옳은 일’이었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한번 마음을 먹으면 흔들리지 않는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다.

정사장의 한전KDN 개혁작업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전KDN이 공기업 경영혁신의 우수사례로 손꼽히면서 그는 올해초 산업자원부로부터 ‘디지털경영대상(산자부장관상)’을 받았다. 또 한전KDN은 41개 공기업 자회사 가운데 계속 공기업으로 남아도 좋다는 판정을 받은 5개 회사중 하나가 됐다.

밖으로 드러난 성과보다 큰 것은 내부의 변화. 정사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과거 찾아보기 어렵던 경쟁의식과 도전의식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에 힘입어 작년에 요원해보이던 매출 4000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에서 한전에 대한 의존도 80%에서 40%로 낮췄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걱정이 많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도취돼 우리 스스로 자만과 해이에 빠질까봐 고민입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정연동 사장은 누구▼

△1964년 광주일고 졸업

△70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70년1월∼76년5월 호남정유

△76년6월∼79년12월 율산건설 경리부장

△80년1월∼88년7월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기획이사

△88년8월∼97년12월 아남전자 기획 재무담당 상무, 아남전자홍콩유한공사 대표 등

△98년5월 공인회계사 세무사 자격 취득

△98년7월∼2000년1월 한전KDN 부사장

△2000년1월∼현재 한전KDN사장

△저서:철밥통을 깨뜨린 남자

△취미:등산 독서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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