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허리띠만 조르다간 탈난다"…LG '긴축경영' 보고서

  • 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30분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LG경제연구원은 24일 펴낸 ‘긴축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라는 보고서에서 명확한 전략없이 인력감축과 비용절감만 추진하는 것은 득(得)보다 실(失)이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의 장기전략과 맞지 않는 긴축은 핵심자산을 훼손해 제2, 제3의 경영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90년대초 경영난을 겪은 미국 콘티넨털항공. 이 항공사는 연비를 줄이면 보너스를 주는 비용절감정책을 실시했다. 조종사들은 에어컨을 끄고 적정속도보다 늦게 운항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승객불만이 높아졌고 1등석을 타는 핵심고객이 대거 빠져나갔다. 항공사는 1등석과 음료서비스를 없애며 비용절감에 나섰다가 손님만 잃고 말았다. ‘전략없는 긴축’이 실패한 것.

반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휴대전화단말기 빅3업체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는 시설투자를 줄이는 대신 R&D투자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렸다. 시장과 고객에 대응하는 판매비 일반관리비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핵심역량은 유지 또는 강화하고 있는 것.

한국 기업은 긴축 성향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말 한국은행이 87개 국내기업을 조사한 결과 신규투자를 줄이거나 미룬 기업은 46%로 늘린 기업(5.8%)의 8배에 달했다. 한국기업의 매출액 대비 R&D투자비중도 약 1%로 선진기업의 10% 내외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내기업이 ‘무엇으로 경쟁할 것인가’라는 장기전략없이 무조건 인력감축 비용절감 등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인력감축도 △인력 재배치비용 △남은 인력의 충성도를 높이는 비용 △빠져나간 인력으로 잃는 무형자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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