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해법찾기 진통

  • 입력 2001년 8월 26일 18시 21분


외환은행 등 국내 채권단은 이번주중 은행장 회의를 열어 3조원에 이르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채무조정방안을 확정할 방침이지만 투신사와 리스사 등 2금융권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또 해외 채권은행들이 하이닉스에 대해 내년중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표시 채권 600억원의 중도상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이닉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유상증자 2조원, 전환사채(CB) 1조원의 주식전환과 투신권보유 회사채 1조2000억원 만기연장 등을 골자로 한 하이닉스 경영정상화 방안을 조만간 확정짓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시가로 실시하되 대량의 실권주가 발생하면 이를 채권단이 출자전환 방식으로 인수하는 것. 또 투신사가 갖고 있는 하이닉스 회사채 1조2000억원은 만기를 3년간 연장하고 금리를 현행 13∼14%에서 6.25%로 깎는다는 것.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의 자본금은 8조73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외환은행 이연수 부행장은 “정상화방안은 하이닉스의 유동성부족과 재무구조개선, 연구개발(R&D)비용 마련 등 3가지 문제를 모두 충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신권은 “보유회사채 1조2000억원중 6000억원은 서울보증보험 보증을 받아 차환발행하고 800억원만 무보증채로 차환하기로 5월 약속해놓고 4개월 만에 번복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투신권은 특히 대우채와 관련, ‘부실기업 지원에 고객돈을 쓸 수 없다’는 법원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하이닉스 회사채 만기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들도 하이닉스 대출금 및 CB에 대한 대손충당금비율을 20∼30% 더 높여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소시에테제너럴(SG) 등 9개 해외 채권은행은 ‘하이닉스가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되면 중도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는 대출조항을 들어 4600만달러(약 600억원)를 미리 갚아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하이닉스가 빚을 갚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들이 중도상환을 요구하는 것은 내달 14일부터 시행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아 자신들도 출자전환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사전차단하기 위한 것.

이에 대해 하이닉스측은 ‘만기인 내년에 상환할 예정이니 중도상환요구는 철회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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