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의 회생 가능성에 회의론이 일면서 임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졌다고 한다.
반도체 업계 세계 9위(작년 기준), 메모리 반도체 세계 3위, 국내 2위인 대형 반도체 업체로서의 자부심도 찾아보기 힘들다.
직원들은 1인당 적어도 1000만원이상, 많게는 1억원대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 직원들이 99년말 유상증자때 우리사주로 배당된 주식을 회사보증으로 대출 받아 샀기 때문이다. 당시 발행가는 1만7500원.
여기다 6월 주식예탁증서(DR) 발행때도 회사가 1년동안 이자를 지급해주기로 하고 대출을 받은 뒤 3100원에 1인당 약 790만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30일 현재 하이닉스주가는 880원. 99년보다는 20분의 1토막이, 6월보다는 4분의 1토막이 난 것.
인근 상가 경기도 침체에 빠졌다. 이천공장 바로 앞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최석희씨(41)는 “오후 6시20분쯤 통근버스가 지나가고 나면 이 거리는 텅 빈다”면서 “이천의 지역경제는 하이닉스에 달렸고 한국경제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3교대로 돌아가는 공장의 특성상 야간조가 퇴근하는 새벽에는 20∼30명씩 음식점으로 몰려들기 일쑤였으나 이제 이런 풍경도 사라졌다고 한다. 모범택시 운전기사 서모씨(36)는 “시골이라 모범택시를 타는 사람이 드물어 보통 하이닉스 앞에서 대기하곤 했다”며 “요즘은 올 봄보다 30%가량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하이닉스 직원들은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보고자 나름대로 생산 혁신 방안을 내놓고 있다. 홍성주 메모리연구소 소자팀장은 “생산라인을 새로 깔기보다는 기존 라인을 활용해 새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투자비가 거의 동결된 상태에서 0.15㎛ 초미세기술을 적용시킨 제품을 올 4·4분기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 비해서는 늦은 편이지만 0.13㎛ 제품도 곧 나온다는 것.
강민찬 혁신추진팀 차장은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력하고 있다”며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포기하기는 아깝지 않으냐”면서 채권단의 지원을 기대했다.
<이천〓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