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6조7000억으론 하이닉스 회생 어렵다"

  • 입력 2001년 8월 30일 19시 24분


외환은행과 살로만스미스바니(SSB)증권이 마련했던 6조7000억원의 자금지원만으로는 하이닉스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어떻게 더 지원해야 회생이 가능한가.

아직은 새로운 지원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채권단 사이에 이해가 엇갈려 단시일 안에 대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도 “하이닉스 문제는 채권단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불개입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2조∼3조원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연말이면 현금이 바닥나 굴러갈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시설투자를 하려면 최소한 1조5000억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런 추가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채권은행들이 선뜻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 하이닉스가 살아난다고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지금으로선 소시에테제네랄(SG)등 외국금융기관이 4600만달러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법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많아지고 있다.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하이닉스의 앞날을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알아본다.

▽회의 왜 연기됐나〓일부 은행장들이 자금지원 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하이닉스가 정말로 회생할 수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주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정건용 총재는 “확실한 회생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성복(魏聖復) 조흥은행장도 “하이닉스의 현 상황에 비춰 지원안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지원이 포함된 방안이 새로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과 SSB는 이에 따라 31일과 9월1일 이틀 동안 채권단과 개별적으로 하이닉스 회생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자금지원 방안도 손질할 계획이다.

▽채권단 합의 잘 될까〓채권단 대표자 회의가 연기됨에 따라 자금지원안이 당초 방안대로 합의될 가능성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출자전환 규모를 3조원에서 5조∼6조원으로 늘리고 여기에서 줄어드는 이자비용을 시설자금으로 돌리는 등의 새로운 지원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영국 웨일스 공장 등 해외현지법인 매각 등 추가자구노력을 통해 군살을 빼고 이 자금으로 시설투자에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조7000억원도 버거워하는 채권단이 추가로 2조∼3조원을 더 내놓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산업은행마저 설비자금 신규지원을 거부한 터에 다른 은행이 자금지원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 한 시중은행장은 “하이닉스에 얼마를 더 물려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A은행 여신담담 임원도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하려면 먼저 회계법인의 자산부채실사를 받고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판정이 나와야 하는데 하이닉스는 순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B은행 임원도 “마치 눈을 감고 산 속에서 어디로 갈지 결정하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투신사 등 2금융권과 일부 은행이 거부하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고 결국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고민〓조흥은행 지동현 상무는 “하이닉스의 생존가능성을 전제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확실하게 제시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계법인이 실사를 한다고 해도 반도체가격이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경우에도 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계산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

SSB는 올 5월 해외 주식예탁증서(DR)발행을 주선하면서 “128메가D램 가격이 개당 2.65달러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 현금잔액은 1조2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8월 말에는 반도체가격이 1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연말에 1조9000억원이 모자란다는 추정치를 내놔 SSB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정부, 채권단 자율 결정만 강조〓재경부 관계자는 “모든 결정은 채권단에 맡겨 두고 있으며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면 법대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도 “3일 회의에서는 갑론을박이 치열해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면서도 “금감원이 나서서 중재안을 내는 등의 관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밝혔다.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도 △확실한 회생방안 제시 △채권금융기관간 공평한 손실분담 △채권은행의 계산에 따른 이해득실 판단이라는 3대 원칙중 한가지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산업은행은 하이닉스에 대해 지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반도체 여신100% 손실시 은행별 주당지표 추정치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

조흥

외환

손실추정액

3,321

1,224

3,063

1,090

1,238

6,279

7,062

주당손실액

1,094

1,020

1,133

876

759

925

3,179

주당순자산

손실반영후

감소율

16,010

14,916

6.8

25,345

24,325

4.0

11,056

9,923

10.3

12,806

11,929

6.8

6,271

5,512

12.1

3,576

2,651

25.9

3,600

422

88.3

주당순이익

손실반영후

감소율

3,123

2,029

35.0

6,365

5,345

16.0

1,801

668

62.9

2,316

1,440

37.8

1,703

944

44.6

505

-420

183.2

571

-2,608

556.9

<홍찬선·김두영·김승련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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