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보고서 "경기 내년 3분기까지 하강"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56분


경기가 올 4·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기는커녕 내년 3·4분기까지 계속 하강하는 등 70년대 이후 가장 긴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에 발표된 보고서 가운데 가장 비관적으로 경기를 본 것으로 기존 연구들에 비해 반년 이상 경기회복 시점을 늦게 잡은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4일 ‘경기침체 장기화 현상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70년이래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6번의 경기변동을 분석한 결과 90년대 초반까지 경기 수축기(하강기)는 12∼19개월이었으나 직전의 수축기(96년 3월∼98년 8월)는 29개월로 경기변동주기가 길어지고 있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을 경기 정점으로 볼 경우 현재 수축기는 12개월 가량 진행된 것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1년 이상 경기가 나빠져야 저점에 이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의 박동철(朴東哲·경제학박사)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둔화세가 이어질 경우 경기변동을 측정한 70년이래 ‘최장기 경기 수축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기변동에서 이처럼 경기 수축기가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정점과 저점간 변동폭이 훨씬 커졌고 △해외 충격에 약해져서 선진국의 경기변동보다 훨씬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는 경기는 둔화하는데 물가는 오르고 실업률마저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등 소비주체들의 체감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또 설비투자 등이 급감하면서 ‘성장잠재력’이 떨어졌고 이에 따라 잠재성장률 역시 96년 이전 7∼8%대에서 최근 4∼5%대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 생산성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 ‘선진국형 저성장기’와는 달리 일본이나 남미처럼 장기침체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났던 9번의 경기변동(수요주도형)과는 달리 ‘금리인하’ 등의 효과가 먹히지 않는 과잉누적형이라는 일부 해외 전문가의 시각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한은 관계자는 “과잉누적형일 경우 경기 하강기가 더 길어질 수 있고 우리 경기 회복도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헌진·김승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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