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에서 중소기업 사장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오시스템의 이원승(李原昇·58)사장이 항상 하는 말이다.
광학전문 제조업체인 이오시스템은 79년 설립된 한국광학기술개발㈜이 작년 6월 사옥을 인천 주안공단으로 이전하면서 바꾼 상호. 주요 생산품은 쌍안경 야간관측장비 열(熱)영상장비 등이다. 이 회사의 렌즈와 프리즘은 세계 최고 광학회사인 독일 라이카사에 수출돼 쌍안경 레이저거리측정기 등에 쓰이고 있다.
이 사장이 학군장교(ROTC 4기) 예편 후 20여년간 몸담으며 공장장과 신사업담당 임원을 지낸 LG전선을 떠나 한국광학을 맡은 것은 89년. 당시 LG전선은 광섬유 랜(LAN)선 등 광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광학을 인수하기로 하고 그 내용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고유업종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승인하지 않았다.
그는 인수협상을 벌였던데 대한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껴 LG전선을 그만두고 한국광학 지분을 사들였다. 신기술과 연구개발(R&D)비용이 필요했던 한국광학은 이 사장에게 경영을 맡겼다.
사시(社是)를 ‘더불어 번영하는 나와 회사’로 정한 이 사장은 회사가 능력이 된다면 종업원이 원하는 만큼 해주는 스타일. 이번 추석 때도 종업원에게 선물과 함께 귀향비를 지급할 생각이다.
그는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종업원 중에 석박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회사에서 시간을 배려해주고 학비를 지원한다. 연구원들은 기술개발 동향을 알 수 있는 해외 세미나에 연 2회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고 매달 한번 모든 연구원이 모인 자리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이 회사는 종업원 260명의 중소기업이지만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31명에 이른다.
이오시스템이 2년여 동안 20억원을 들여 국방품질관리소와 공동개발한 열영상장비는 올 가을부터 군대에 납품된다.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이 장비는 물체에서 방출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열에너지를 영상으로 바꿔 보이게 하는 장치. 물체는 절대온도(-273.16도) 이상에서 복사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때 나오는 적외선을 모아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으로 바꾸면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야간 전투 때 소총에 부착하면 보이지 않는 물체를 정확하게 조준사격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연기와 화염에 쌓인 화재현장에서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출입국 때 총 칼 등 흉기의 반입, 가스의 누출, 전선의 단락, 짙은 안개 속 항해 등에 이 장비를 이용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그는 업계로부터 열정과 사람됨을 인정받아 그동안 대기업 관계자가 줄곧 맡아왔던 한국광학기기협회장에 99년 선출돼 기술세미나 개최와 해외전시회 한국관 운영 등 업계 발전을 위해 열의를 쏟고 있다. 032-290-1400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