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반도체업계 "이보다 더 나쁠수는 없다"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44분


반도체 업계가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고 뒤를 쫓는 대형 업체들도 심각한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바닥권이라던 반도체 가격은 미국 테러사건 이후 더 떨어졌고 여기에 PC 수요까지 줄고 있어 제조사들의 시름은 더하다. 경기회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엎친 데 덮친 격.

▽마이크론 최악의 실적 기록〓미국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간) 6∼8월(4분기·8월 말 결산)에 4억8000만달러 매출에 5억76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3억달러 매출에 7억267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실적부진인 셈이다. 전분기 실적인 매출 8억1800만달러, 순손실 3억100만달러에 비교해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

교보증권 김영준 책임연구원은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는 제조기술이 가장 앞서 있고 다른 업체에 비해 재무구조도 튼튼하기 때문에 아직은 버틸 힘이 남아있지만 독일의 인피니온 등 후발 업체들은 당분간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12인치 웨이퍼로 라인을 업그레이드하느라 막대한 투자자금을 쓴 인피니온은 올 들어서만 부채가 1조원가량 늘어나면서 최근 자금 압박설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 가격 ‘바닥’을 지나 ‘지하’로〓테러사건 이후 반도체 가격은 추가 하락하고 있는 추세.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128메가SD램의 평균 단가는 1.29달러로 이달 초 1.4달러에 비해 9% 가량 떨어졌다. 수요 감소로 큰 거래의 경우 가격은 이보다 낮아 1.2달러 수준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반도체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총 원가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2.5달러, 하이닉스가 3.5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적자폭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하이닉스 고사작전 시작됐다〓수요 쪽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D램 업체들은 공급 쪽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누군가 죽어야 나머지가 살 수 있다”며 ‘하이닉스 고사작전’에 나서고 있는 것. 마이크론은 10월 말까지 하이닉스를 상무부에 반덤핑 제소하는 ‘필살기(必殺技)’를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덤핑 혐의가 인정될 경우 하이닉스는 판매가의 40∼50%를 관세로 물어야 해 사실상 미국시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현재 도시바 후지쓰 등 일본 업체들 사이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포기 움직임이 일고 있고 대만의 파운더리 업체(개발은 하지 않고 생산만 하는 업체)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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