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위원회(ITC) 산업피해 판정 결과 | ||
품목군 | 산업피해 판정 | 무피해 판정 |
판재류 | 슬래브, 후판, 열연강판, 냉연강판, 도금강판, 석도강판(6개 품목) | 전기강판(1개 품목) |
봉형강류 | 열연·경량형강, 냉간성형, 철근(3개 품목) | 잉곳, 궤조, 와이어, 강연선, 철못, H형강, 철구조물(7개 품목) |
강관류 | 용접강관, 관이음새(2개 품목) | 무계목강관, 무계목유정용강관, 용접유정용강관(3개 품목) |
스테인리스 및 공구강 | 봉강·경량형강, 선재, 공구강, 와이어, 관연결구류(5개 품목) | 슬래브, 후판, 로프, 무계목강관, 용접강관, 반제품(6개 품목)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2일(현지시간)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무더기로 ‘산업피해 판정’을 내림에 따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철강수출국과 미국간의 ‘철강분쟁’이 본격화됐다.
한국이 전체 철강수출의 20% 가까이를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대미 수출 철강제품 중 이번에 산업피해 판정에 포함된 품목이 60%(금액 기준)를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이 최종적으로 수입제한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 철강업계에 큰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TC 판정이 나오기까지의 배경〓ITC는 한국 등 철강수출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철강업계와 노동계, 의회의 압력 때문에 열연, 냉연코일 등 철강제품 16개 품목에 대해 통상법 201조(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사전단계인 산업피해 판정을 내렸다.
25년째 최악의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 철강업계와 노동계가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사활을 건 로비를 벌였기 때문에 ITC의 이번 판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미국 산업화의 상징적 기업으로 미국 2위 철강업체인 베들레헴스틸이 최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을 비롯해 97년 이후 26개 철강회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중 23개사가 파산했다. 노동계는 이로 인해 2만3000명이 실직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업계와 노동계는 6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이번 조사에서 미국 철강산업의 위기는 내부 문제가 아니라 정부 보조금과 불공정 무역관행에 편승한 외국산 수입철강제품 때문이라며 60명이 넘는 상하원 의원을 동원해 사활을 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전망〓미국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수입제한조치를 취할지는 ITC의 구제조치 건의안이 마련될 때까지 두고봐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ITC의 최종 건의를 수용하면 미 행정부는 수입철강제품에 대해 관세 인상, 쿼터량 설정, 할당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은 과거 수출실적을 고려해 모든 국가에 대해 일률적으로 수입물량규제(쿼터제)를 실시하고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고율의 할당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ITC가 이번에 조사를 벌인 제품은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제품의 95%를 포괄하고 있다.
▽한국, 대미 수출차질 불가피〓산업자원부는 산업피해 판정품목에 열연·냉연강판, 용접강관 등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품목이 대거 들어 있고 이들 품목이 전체 대미수출액의 60.5%에 달해 철강제품의 대미수출 격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협회측은 미 행정부가 미국 업계의 요구대로 97년 이전 3년의 실적을 기준으로 수입쿼터를 정할 경우 한국의 대미 철강수출이 연간 100만t(42%)이나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은 작년 미국에 235만t, 10억3200만달러어치의 철강제품을 수출했다. 미국의 산업피해조사에 따라 올 1∼7월 대미 철강수출은 작년보다 19% 줄어든 6억47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열연코일, 냉연강판, 도금강판, 후판, 석도강판 등 5개 품목은 ITC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6 대 0)로 산업피해 판정을 내려 강력한 수입제한조치가 예상된다. 포항제철이 미국 US스틸과의 합작법인인 UPI에 중간소재로 공급하는 열연코일 70만∼80만t도 수입제한조치의 대상이 돼 타격이 우려된다.
▽엇갈리는 미국 내 반응〓ITC의 이번 판정에 대해 미 철강업계는 환호하고 있으나 철강 소비업계에선 이에 따른 철강가격의 상승 등을 우려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미 철강노조의 리오 게라드 위원장은 “이번 판정은 긴 여정에서 첫 번째로 거둔 큰 승리”라며 “정부가 국내 철강산업이 안정될 때까지 외국 철강업체들에 장기간 관세를 부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철강 수출입업체들의 모임인 국제철강연구소의 데이비드 펠프스 회장은 “이번 판정은 철강을 사용하는 미국 제조업분야에 잠재적 위협이 될 것”이라며 “수입철강이 국내 철강업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수요감소와 파산위기에 처한 미 업계의 가격파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자유무역주의자 사이에서는 철강산업에 대한 과보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상철·천광암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