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다. 새벽 4시 객실 복도. 꼭지까지 취해서 온 방방마다 머리를 짓찧는 취객을 따라 ‘우리 호텔의 모닝콜 서비스’ 자막을 올리는 TV광고도 장난이 아니다. 하나 더? 이번엔 남녀공용이 분명한 호텔 화장실. 별의별 차림의 젊은 배낭족들이 벽면 빼꼭이 남기고 간 낙서를 클로즈업 해서는 ‘우리 호텔의 숙박계’라고 능청을 떨기도 한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산책중인 애완견들로 득실대는 암스테르담 거리. 가을 낙엽처럼 깔린 개똥에 일일이 꽂아놓은(실제상황!) 팻말광고에 이르면 기가 딱 찬다. “우리 호텔 현관 앞에는 이런 게 훨씬 더 많답니다!”(TV광고 사진을 구할 수 없어 무척 안타깝다)
최고·최상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요약될 법한 지금까지의 광고문법으로 보자면, 이건 비문(非文) 중의 비문, 곧 엽기다. 그런데 이상하다. 당황스럽게도 이 엽기캠페인 덕분에 삼류의 무명호텔이 일약 유럽 젊은이들의 우상(Cult)으로 떠올랐다는 말씀.
벽보, 전단, 포스터, 개똥팻말, 일회용 냅킨…. 게릴라전을 방불케 하는 한스브링커 호텔 광고캠페인의 다양한 매체들은 상당수가 내걸린 직후 행방불명이 된단다.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열혈 방문객’들의 소행이다.
그래봤자 반짝 스캔들 아니겠냐구? 글쎄…. 그게 그렇지가 않다. 에피상(Effie상·물건을 잘 파는 광고에 수여되는 상) 금상을 탈 만큼 이 캠페인의 성적표는 광고판 보다 시장에서 더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세계 도처의 ‘바른생활’ 광고 ‘싸나이’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도대체 모르겠단 말이야, 요즘 것들은…. 쩝!” 마침내 광고의 ‘메카’라 자부하던 미국 메디슨 에버뉴가 이 캠페인을 만든 주인공을 초대, 한 수 지도를 청하기에 이른다. ‘안티 애드버타이징(Anti Advertizing)’이란 제목으로 미국인들에게 던진 ‘훈수’는 다음과 같다. “정직하라! 그래야만 이제는 ‘광고 도사’가 다 된 소비자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자신의 못난 모습까지 그대로 내보일 때 소비자는 비로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준다는 말. 당신은 그래도 최고·최상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광고의 미래는 없다.
전해자(금강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