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이제까지 수수료가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낮았던 만큼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객들은 서비스의 변화는 없이 수수료만 갑자기 최고 300% 이상을 올리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불만이다.
▽수수료 현실화 불가피?= 은행들은 고객들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이참에 수수료 수익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도 예대(預貸)마진이 아닌 수수료 현실화를 통해 다양한 수익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 수수료 인상을 허용하는 분위기.
이제까지는 예대마진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수수료 부문의 적자를 보충해왔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이같은 영업방식을 지속하기는 힘들다는 것. 조달금리(예금금리)를 더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
국민은행 개인고객본부 김영일부행장은 "선진은행은 수익의 25∼30%를 수수료에서 얻지만 시중은행은 신용카드 수익을 제외하면 10%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의 입장에선 대출을 늘리면 BIS자기자본비율이 낮아져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지만 수수료는 이같은 부담이 없어 도입하기 쉽다.
▽고객들의 반발= 고객들은 은행들이 서비스질은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수료만 올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민은행의 최우수 고객 인 이모씨(37)는 "종합통장에 '최우수 고객으로 모시겠습니다'라는 글이 수개월만에 한번씩 찍히는 것을 제외하면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상폭이 최고 300%를 웃돌고 신설 수수료도 적지 않다.
국민은행의 경우 합병을 계기로 어음 수표용지 대금을 권당 3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으며 하나은행도 다음달부터 같은 수준으로 올린다. 또 하나은행은 당좌예금신용조사 수수료를 신설하며 5만원이나 요구하고 있으며 외환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가계대출 조건을 변경할 때 3000∼1만50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인상하거나 신설된 항목도 10개를 웃도는 은행이 적지않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외국계 은행들이 어떻게 수익을 내느냐 뿐만 아니라 고객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잘 따져봐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