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반짝반등인가 대세상승인가

  • 입력 2001년 11월 9일 16시 28분


바닥권을 헤매던 D램 가격이 15개월만에 모처럼 급반등했다.

D램시장의 주력제품인 128메가 SD램(16×8, PC133)은 9일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전날보다 8.6%나 오른 0.99∼1.12달러에 거래됐다. 북미 현물시장에서도 지난달말 1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128메가 D램의 가격은 9일 1.15∼1.25 달러까지 올라 바닥권 탈출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싱가포르 공장의 가동을 1주일 동안 중단한다는 소식으로 업계의 구조조정이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D램 가격이 급반등하자 일각에서는 반도체 경기 전환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최근 대형 PC업체들의 D램 주문량이 늘면서 현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D램 메이커들도 이를 기반으로 장기 납품가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

특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예상밖으로 계절적 수요까지 생길 수도 있어 이번 가격 반등을 대세 상승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은 바닥탈출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더 많다. D램 가격을 폭락시킨 만성 공급과잉 구조를 해소할 만한 사건 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짝반등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것. 마이크론과 대만업체들의 감산이 수급개선의 기대감을 높였을 뿐 아직 근본적인 업계의 구조조정을 기대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는 주장이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崔錫布) 연구위원은 "반도체 업계의 기술발전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년초 비수기에는 수급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3·4분기 이후에나 D램 가격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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