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AMCHAM) 이사회에서 내년도 회장으로 또 뽑힌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49). 98년 8월부터 회장직을 맡았으니 내년말까지 하면 4년반 가까이 된다. 존스 회장은 “이러면 독재가 된다”며 한사코 거부했다가 결국 ‘밀려서’ 수용했다.
이사회에서 그를 ‘장기집권’하도록 밀어준 이유는 뭘까. 한국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인듯 싶다.》
규제 때문에 기업하기 너무 어렵다는 재계 주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그는 “정부관료들이 사업하는 사람을 아직도 관리하겠다는 생각이 잘못”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부 관료들이 ‘기업을 잘 키워야 한다’ ‘정부가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정부가 없으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어려워진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
“최근엔 정부가 플러그 안전규정을 바꾸는 바람에 외국업체가 아주 힘들었어요. 외국 증권사들은 매일 금융감독원에 매매보고서 내느라 힘들어 합니다”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규제를 푸는 문제를 놓고 혼선을 겪는 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30대 그룹이라고 리스트 만들어 놓고 이런 저런 규제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30대재벌이 아니더라도 2개 회사끼리도 부당 내부거래 같은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말이죠”
그는 정부가 규제에 신경 쓰는 것 자체가 ‘별 필요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 8년전만 해도 상공부(현 산업자원부)가 힘이 제일 셌어요. 금진호씨가 상공부장관 할 때 일거예요. 당시만 해도 공장 하나 세우는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게 많았는데 금장관이 다 없앴어요. 지금 산자부가 ‘역할이 없다’고 하는 모양인데 그게 바람직한 것 아닌가요?”
최근엔 공정위와 금융감독위원회가 “힘이 센 것 같다”는게 존스 회장의 분석.“공정위와 금감위가 너무 세니까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한국 사람들은 똑똑하니까 ‘맘대로 하면서 살길을 찾아라’고 하면 경쟁을 통해 돈벌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우스운 얘기 하나 할까요? 백화점에서 세일을 맘대로 못해요. 정부가 고시(告示)로 막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런 일을 정부가 왜 해야 하죠? 1년에 6개월 세일하겠다는 회사가 있으면 하도록 내버려 두면 되잖아요”
그마나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나중에 커서 뭐 될래’라고 물어보면 연예인이나 벤처기업 사장되겠다는 애들이 많아 다행이라고 한다. 공부 잘해서 공무원 되고 공무원을 가장 높은 자리로 생각하는 전통적인 유교 사상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는 이야기다.
한국에 있는 외국기업들은 기업을 하면서 어떤 고민을 할까.
“세가지 불만이 있어요. 근로기준법이 너무 딱딱하고 세금이 아주 많아요. 또 규제도 지나칠 정도예요” 갖가지 규제 때문에 본사에서 더 이상 투자하지 말자는 말이 나오는 회사도 더러 있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한국경제에 대해선 낙관론자다.
“위기라는 표현은 분명 잘못됐어요. 지금은 어려울 뿐이죠. 정책적으로 국내소비는 잘 되도록 돼 있어요. 수출은 미국 테러같은 외부환경 탓이 큽니다. 추가 테러사태가 없다면 내년 6월이면 미국 경기와 함께 한국경제도 살아날 거예요”
한국기업의 글로벌 전략을 물어봤다.
“회사 빚을 더 낮춰야 합니다. 또 회계와 경영이 투명해야 장기투자하죠. 해외 거래때는 ‘윈-윈’전략이 필요합니다. 욕심을 너무 부리지 말고 기업이미지를 높여야 합니다”
미국 마이크론사가 하이닉스 지원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을 그는 어떻게 볼까.
“회사채 신속인수와 채권단의 출자전환 같은 제도는 아주 잘한 일이에요. 하이닉스는 반도체경기만 살아나면 경쟁력이 있는 회삽니다. 채권단 결정에 정부 입김이 들어간 것 같지도 않은데 미국이 제소할 명분이 없을 거예요”
존스 회장은 요즘 내년에 주한 미상의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궁리하느라 적잖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태평양국가에서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되는데 힘을 보태고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에 더 많이 오도록 유치할 생각입니다” 실업자를 도와주는 ‘미래동반자’ 재단을 활성화해 개인회원을 지금보다 10배 많은 4000명으로 불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19살 연하인 부인 이인숙(30)씨와 3년전 결혼했다. 12월 5일 사내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이름도 지어놨다. 영어로 Jamie Jones. 한국 이름으로 재민존스.
71년 한국에 선교사로 첫발을 디뎠다가 2년뒤 미국으로 돌아가 공부를 더하고 변호사를 따 80년 다시 한국에 와 줄곧 살아와 거의 ‘한국사람’이 다 됐다.
△제프리 존스 회장은…
▽52년:미국 아이다호주 출신
▽75년:미국 브리검 영 대학 졸업
▽78년:미국 브리검 영 대학 법과대학원 졸업
▽78년 5월∼80년 10월:베이커 앤 매킨지 도쿄사무소 및 시카고사무소 근무
▽80년 10월∼현재:김&장 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98년8월∼현재: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현재:전경련 국제협력위 자문위원, 주한 상공회의소 협의회 부위원장, 중소기업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시 외국인투자자문위원회 위원, 제주시 국제자유도시 지원위원회 위원,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