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계 연말 대규모 인사설 술렁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6시 08분


연말이 다가오면서 재계가 대규모 인사설로 술렁이고 있다.

올해초 주주총회를 전후해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실시했던 주요 그룹들은 연초인사가 업무 효율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엔 가급적 해를 넘기지 않고 경영진 진용을 갖추기로 했다.

이번 인사는 극심한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진데다 내년 경기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해 임원들의 물갈이 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 점유율이 경쟁사보다 크게 떨어진 기업의 경영진과 납품과정의 비리설 등에 연루된 임원들에 대해선 문책설도 나돈다.

이에 따라 기존 임원은 물론 승진 대상에 올라있는 고참 부장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최고경영자(CEO)들도 재신임의 관건인 주가와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초비상이다.

한편 올해에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별도의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시기 연말로 앞당기는 기업 늘어 =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등은 주총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가급적 임원인사를 연말에 단행할 계획이다. 인사를 내년초로 미루면 새해 사업계획을 짜는데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주총 이전에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삼성은 이달말부터 다음달초 사이에 각 계열사의 실적을 잠정 집계해 최고경영자와 임원에 대한 인사고과를 매긴 뒤 이를 토대로 12월 중순경 인사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인사시기를 1년만에 다시 바꾸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시기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현대차 그룹은 매년 연말에 임원인사를 실시해온 전례에 따라 올해에도 연말에 실시한다는 방침.

SK는 아직 인사시기를 확정짓지는 않았으나 예년처럼 연말에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사장단 CEO 세미나가 23일 끝나는대로 인사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는 올해 3월 주총을 거쳐 임원인사를 실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주총이 끝난 뒤 계열사별로 임원인사를 하기로 했다. 포항제철 한진 두산 롯데 등도 내년 2∼3월 주주총회를 전후해 인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금호는 인사시기와 폭을 결정하지 못했고 한화는 10월초에 이미 임원인사를 마무리지었다.

▽그룹 실적따라 명암 엇갈려 = 탈락대상에 오른 일부 임원에게 이미 “짐을 싸라” 는 통보가 전해지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재계 분위기가 썰렁해지고 있다.

올해초 사장단 승진 14명과 임원승진 346명 등 사상 최대의 승진잔치를 벌인 삼성의 경우 올해는 반도체 불황으로 순이익이 크게 줄어 승진 폭도 당연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력사인 삼성전자 등은 그룹 차원에서 감사를 받은 상태라 문책을 받을 임원이 적지 않고 일부 계열사의 경우 교체 폭이 전체 임원의 30% 선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의 부진을 메우는데 기여한 삼성전자의 정보통신 부문 △작년 못지않은 이익을 내며 선전한 삼성SDI △대과없이 시장선두를 유지한 금융계열사 등은 비교적 따뜻한 겨울 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LG는 구본무(具本茂) 회장이 ‘강한 성과주의’ 를 강조한 점에 비춰 올해 경영실적이 임원 인사의 최대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승진규모가 올해 130명보다는 줄어들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중국통과 해외영업통들이 중용될 전망.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실적이 창사이래 최고인점을 고려할 때 승진 폭이 타 그룹에 비해 가장 클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있다.

현대차는 올 임원인사의 방향을 △영업(수출 및 내수) △기술개발(R&D) △현장관리 등 3대분야를 중시한다는 쪽으로 정해 이 분야의 승진인사가 큰 줄기를 차지할 전망이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임원인사의 시기와 폭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몽구(鄭夢九)회장이 평소 강조한 대로 영업과 기술개발, 현장관리 부문이 배려를 받을 것” 이라고 말했다.

SK는 지난해 경영진 세대교체가 상당부분 이뤄진만큼 사장단 교체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오너와 전문경영인, 신-구세대간 조합을 중시하는 인사원칙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최태원(崔泰源) SK㈜회장이 그룹회장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손길승(孫吉丞)회장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포철은 올해 철강경기가 20년이래 최악의 상황인만큼 내년에도 긴축경영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임원 승진은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장 차장등 중간간부의 인사적체가 심각한 상태인 점을 고려해 이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승진기회를 준다는 방침이다.

<박원재·김동원·최영해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