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소비 9,10월이후 증가세]"실물경기 바닥치고 꿈틀"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31분


신세계백화점의 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10월부터 갑자기 바빠졌다. 찬바람이 불면서 신사복 매출이 갑자기 늘었고 40만원대의 여성 캐주얼정장도 30대 주부를 중심으로 부쩍 많이 팔려나갔다.

10월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본점 등 6개 점포의 신사복 매출액은 22억3200만원으로 지난해 비슷한 시기보다 50%이상 늘었다. 경기가 안좋을 때 구입을 미뤘던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 신세계백화점 박찬영 팀장은 “경기침체에 미국 테러사태까지 겹쳐 추석 대목에는 큰 재미를 못봤지만 10월초를 고비로 바닥을 쳤다는 느낌”이라며 “연말까지는 상승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조차 상당히 엇갈린다. 그러나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실물경기가 적어도 최악의 ‘바닥’은 탈출해 꿈틀거리는 것 같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실물경제의 여러 지표를 종합해보면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1년 이상 지속된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징후가 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의 온기는 내수 부문에서 확연히 감지된다. 7월과 8월 12만대 수준에 머물렀던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9월에 13만4000대로 늘어난 데 이어 10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백화점의 10월 매출은 297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 늘었고 롯데백화점의 3·4분기(7∼9월) 매출은 14.2% 증가했다. 가전업계는 연말 성수기에 특소세인하 특수까지 맞물려 큰 폭의 매출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테러사태의 충격이 의외로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크게 우려됐던 수출도 다소 활기를 찾는 분위기. 삼성전자 경영진은 D램 반도체 가격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단말기와 디지털 비디오 디스플레이(DVD) 등 디지털 가전제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자 안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여름까지만 해도 반도체 경기가 워낙 나빠 작년 수출실적인 207억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우려했으나 지금 추세라면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내년에는 월드컵 특수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으로 자동차 판매가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기 등 해외변수가 여전히 어두워 기업 등에서는 실물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날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칠흑같은 어둠은 서서히 가시고 있지만 아직 새벽이 올지는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박원재·박정훈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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