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반도체 설비투자 '기지개'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25분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반도체 소자(素子)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재개될 움직임이다. 내년 상반기 이후 경기가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 경우에 대비하겠다는 것.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반도체 생산라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최근 공시했다.

삼성은 현재 전체 설비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0.15㎛(마이크로미터) 팹(FAB·생산설비)을 업계 최고 수준인 0.12㎛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232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8개월 동안 중단한 초박막트랜지스토액정표시장치(TFT-LCD) 라인도 내년 초부터 7529억원을 들여 5세대 라인으로 모두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특히 테스트 라인으로 양산을 시작한 300㎜ 라인도 내년 상반기부터는 단계적으로 전체 라인으로 확대해 생산량을 현재보다 30% 이상까지 늘릴 예정이다.

삼성이 이처럼 설비투자에 힘을 쏟는 것은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합병할 경우 생산규모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메리츠증권 최석포(崔錫布) 연구위원은 “삼성이 시장 지배력을 잃지 않기 위해 설비투자 규모를 늘려 양사 간의 합병에 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5000억원 안팎을 투자한 하이닉스는 채권단 지원자금으로 내년엔 1조2000억원을 설비투자에 쓸 방침이다.

현재 0.15㎛ 수준인 4개 팹 중 일부를 0.13㎛까지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며 일부 메모리 비메모리 혼용 라인은 비메모리 전용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7개 해외 현지법인의 재무구조를 개선키 위해 이달 중 미국 현지법인(HSA)을 포함한 7개 현지법인에 대해 현물출자 방식으로 9억7500만달러(1조2000억원 상당)를 증자할 예정. 법인별로는 △미국 3억500만달러 △독일 6700만달러 △영국 5300만달러 △홍콩 1억7000만달러 △싱가포르 1억달러 △일본 1억9400만달러 △대만 8700만달러 등이다. 증자는 각 현지법인이 보유한 우량 외상수출어음(DA) 채권과 대부투자금을 자본금으로 전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앰코테크놀로지의 지원 동결로 올해 600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던 아남반도체는 노후 라인을 아날로그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바꾸고 일부 라인을 업그레이드해 호경기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동부전자는 최근 유치 노력을 벌이고 있는 5800억원 규모의 협조융자금 일부를 내년 중 신규 투자에 쓰기로 했다. 또 현재 5000장 수준인 웨이퍼의 월 투입량을 2만장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최영해·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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