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식음료특집]복고풍 우유 "추억을 마셔요"…바나나형-삼각팩 인기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4시 22분


‘우유에 추억을 타서 마신다’.

우유 시장에 복고 바람이 거세다. 용기 모양만 봐도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상품들…. 1974년 함께 선보인 빙그레 ‘바나나 우유’와 서울우유의 ‘삼각팩 커피우유’다. 새 것에 밀려 소비자에게서 잠시 멀어졌던 추억의 우유들이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70, 80년대 여학생들 사이에는 ‘빨대로 한 번에 팩에 구멍을 내지 못하면 우유 먹을 자격이 없다’는 말이 있었다. 서울우유 삼각팩 커피우유를 두고 나온 얘기다. 97년 하루 15만개가 팔리던 이 제품은 올해에는 하루에 26만개씩 팔리고 있다. 삼각팩 추억을 간직한 주부들의 반응이 폭발적이기 때문. 서울우유가 90년대 초까지 여학교 구내 매점에 삼각팩 우유를 집중 공급한데 따른 것이다. 판매량이 늘어나자 서울우유는 올해 양주공장의 삼각팩 우유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외환위기 후 판매량이 늘기 시작해 경제가 어려우면 복고가 유행한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종이팩 커피우유와 삼각팩 커피우유의 엇갈리는 희비도 재미있다. 종이팩 우유의 하루 판매량은 삼각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홍보팀 신의식과장은 “삼각팩 우유가 종이팩 보다 맛이 깔끔하다. 같은 우유가 포장 속에서 맛이 달라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리부분이 통통한 용기에 담긴 빙그레 바나나 우유는 별칭도 많다. 용기 모양새 때문에 군인들에게는 수류탄 우유로 불렸다. 단지 우유, 항아리 우유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귀한 음식인 바나나와 우유의 결합만으로도 인기를 끌 만했다.

바나나 우유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 하더니 올해 복고 바람을 타고 부활했다. 98년 연간 8000만개가 팔렸으나 올해 판매량은 1억6000만개를 넘어섰다. 판매량 급증에는 복고 바람과 함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바나나 우유를 소재로 한 영화 마케팅, 바나나 우유 사랑의 기차여행 이벤트 등을 시도했다. 인터넷 다음 사이트에는 ‘빙바사모’(빙그레 바나나 우유를 사랑하는 모임) 등 관련 카페도 잇따라 마련됐다.

추억이 묻어나는 제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바나나 우유와 삼각팩 커피우유를 한 잔씩 마셔보면 어떨까.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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