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계경제의 ‘폭탄’될까〓일본경제의 침체는 1980년대 고성장기에 자본을 대량으로 투입하는 과정에서 폭증한 부실여신에서 비롯한다.
90년대 들어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달할 정도로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아직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 금융청은 일본의 부실채권 총액을 31조8000억엔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경영 악화에 따른 추가 부실을 포함하면 실제는 100조∼150조엔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잠재부실이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한꺼번에 터져나올 경우 세계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것이 ‘일본발 경제위기’의 시나리오다.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경제재정장관까지 최근 “일본이 부실채권 등 구조적 문제를 정면 승부하지 않으면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혀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제조업마저 위기상황〓10여년간 불황이 지속돼도 일본이 여유를 보였던 이유는 경제의 성장엔진인 제조업에 대한 신뢰 때문. 그러나 최근 제조업 부문에서도 심각한 위기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작년 4∼9월 일본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7.8% 감소했다. 전자제품은 더욱 심각해 소니 히타치 마쓰시타 도시바 등 일본을 대표하는 7개 전자업체는 2001년 4월부터 2002년 3월까지 1년간 총 1조14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7개사의 이익 감소분은 재작년 일본 전체 제조업 순익의 40%가 넘는 수준.
디플레이션으로 상품가격이 떨어지는데도 소비는 계속 위축돼 경기회복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물건이 안 팔리니 제품가격은 더 떨어지고 기업의 형편이 나빠져 실업률은 5%대를 뛰어넘고 또다시 수요감소로 고통을 겪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엔저(低)’ 탈출구 될까〓일본은 작년에 이미 금리가 ‘제로상태’에 이르러 통화정책의 수단을 잃었다. 막대한 정부부채로 재정정책 수단까지 마비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선택한 마지막 수단이 ‘엔저 카드’인 셈.
그러나 이같은 일본정부의 엔저정책이 오히려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일본 경제가 환율정책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탈출하려 할 경우 잘못하면 ‘환율전쟁’을 일으켜 세계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면서 “일본 경제의 회복은 소비진작 등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일본 수출증가율 추이(전년동기대비, 단위:%) | |
시기 | 실업률 |
1998년 | -0.6 |
1999년 | -6.1 |
2000년 | 8.6 |
2001년 1·4분기 | 3.2 |
2·4분기 | -3.4 |
3·4분기 | -8.7 |
10월 | -9.1 |
(자료:일본 재무성) |
일본 실업률 추이(단위:%) | |
시기 | 실업률 |
1997년 | 3.4 |
1998년 | 4.1 |
1999년 | 4.7 |
2000년 | 4.7 |
2001년 1·4분기 | 4.8 |
2·4분기 | 4.9 |
3·4분기 | 5.1 |
10월 | 5.4 |
(자료:일본 총무성 통계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