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가들은 D램 값이 떨어져도 걱정, 급등해도 걱정한다. 관련사업을 포기하거나 매각하려 했던 국내외 기업이 ‘D램 가격 랠리’를 보고 마음을 바꿔먹는다면 자칫 세계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이 또 불발로 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 구조조정 실패는 다시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시장분위기가 달라지면서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 사업부 매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조심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없이는 추가 상승 어렵다〓당초 전문가들은 D램 가격이 2·4분기(4∼6월)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그 사이 적자를 견디지 못해 D램 업체들이 무더기로 ‘항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의 도시바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D램 부문을 팔기로 한 것이나 대만업체들이 독일 인피니온에 ‘투항’하려는 것도 D램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D램 값이 올라 이미 선발업체의 생산원가인 3달러(128메가SD램 PC133 기준)에 육박하자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인피니온과 삼성전자에 제휴의 ‘손’을 내밀었던 난야와 윈본드 등 대만의 D램 업체는 최근 적자를 면하면서 내민 ‘손’을 거둬들인 채 가격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교보증권 김영준(金泳埈) 책임연구원은 “최근의 D램 가격 상승은 수요보다는 업계 구조조정으로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며 “후발 D램 업체들이 현금흐름 개선을 이유로 계획을 바꾼다면 공급과잉 구조가 바뀌지 않아 가격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닉스 D램도 매각이 최선”〓일부에서는 정부와 채권단이 D램 가격 상승을 이유로 하이닉스의 매각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산업연구원 장윤종(張允鍾) 디지털경제실장은 “D램 가격이 오른다고 매각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이를 활용해 자산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닉스구조조정특위 관계자도 “요즘 분위기라면 자칫 ‘한치 앞을 못보고 D램을 팔아치웠다’는 비판이 나올 부담은 있지만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D램 사업을 파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매각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D램업계의 구조조정 추진 현황 |
·일본 도시바, 미국 현지공장을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매각 합의. |
·하이닉스반도체, D램 사업부문 마이크론에 매각 추진. |
·윈본드 등 대만 주요 D램 업체, 독일 인피니온 및 한국 삼성전자와 제휴 추진. |
·일본과 대만 중소형 D램 업체, 적자 누적으로 사업포기 가능성 대두. |
·삼성전자, D램 사업 매출비중 축소 추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