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명태처럼 가까운 생선이 또 있을까요. 국 찜 구이에다 온갖 젓갈 등 명태는 많은 음식들의 재료가 돼 식탁을 풍성하게 합니다. 36가지 음식을 만든다고 할 정도로 명태는 수 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의 입맛을 채워준 대표적 생선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명태를 고를 줄 아는 소비자는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한창 얼큰한 생태찌개가 생각나는 계절인 만큼 물 좋은 생태를 고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또 요즘 강원도 대관령과 진부령의 덕장에서 한창 ‘건조 숙성’중인 황태를 고르는 ‘팁’도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싱싱한 생태는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눈’(目)만 보면 되지요. 눈동자에 검은 빛이 뚜렷하고 점액질이 있어 번들거리면서 몸통의 껍질 무늬가 선명하면 물 좋은 생태입니다.
반면 동태를 해동시켜 생태로 위장한 예도 가끔 있습니다. 보통 동태를 해동하면 눈알이 쑥 들어가고 또 주둥이나 몸에 흠집이 났고 껍질에 점액질이 거의 없는데다 광택도 별로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한 눈에 알 수 있죠.
하지만 생태와 거의 같을 정도로 윤기가 흐르고 몸의 무늬가 선명한데다 흠집 하나 없는 ‘녹인 동태’가 생태인 것처럼 팔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에도 ‘눈’을 보면 금방 구별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얼었던 명태의 눈은 제 아무리 기술 좋게 녹여도 ‘동태눈’이란 말처럼 눈동자가 뿌옇습니다(사진 참조). 눈에 찍힌 낙인 때문에 ‘한번 동태는 영원한 동태’인 꼴입니다.
사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대형 유통매장에서 동태를 녹여 생태로 파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럴 만큼 간도 크지 않고요.
해장국 재료에서 맏형인 황태는 고운 단풍처럼 추웠다 따뜻했다 해야 제대로 된 게 나옵니다. 강원도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좋은 황태 고르기는 이렇습니다. 일단 통통해야 합니다. 껍질은 붉은 황색으로 윤기가 있고 속살은 황색을 띤 게 육질이 부드럽습니다. 무엇보다 꼬리 부분을 손으로 꺾었을 때 ‘딱’ 소리가 나면서 부러지는 것이 질 좋은 황태죠.
얼마전 강원도 거진항의 명태잡이 선장은 “물이 따뜻해 명태가 너무 안 잡힌다”고 하더군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명태철인 정월 대보름에는 늘 만선의 기쁨으로 동해안 포구들이 떠들썩했습니다. 러시아 수역에서의 명태 쿼타량 축소 등까지 겹쳐 이러다 명태가 ‘금태’되는 게 아닌지 기분이 찜찜하네요.
정근용 과장 jky001@eyescom.net
▼필자
롯데 마그넷 신선식품팀 정근용과장은 지난 12년 동안 수산물 바이어로 일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