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경기' 깨지나…현정부 임기말 징크스 탈출 가능성

  • 입력 2002년 1월 9일 17시 53분


‘전반전에 웃었다가 후반전에 운다’

노태우 정부 이래 역대 정부에서 반복돼 온 이 징크스로부터 김대중 정부는 벗어날 것인가.

노태우 정부 이후 3기 정권을 거치는 동안 경기 순환 주기는 정권의 임기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2년 이후 6차례의 경기순환에서 한 사이클(저점→정점→저점)의 평균 지속기간은 53개월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임기 5년(60개월)과 거의 비슷하다.

권력의 기세와 경기 순환이 함께 움직이는 ‘정-경(政-經)동조화 현상’인 셈이다.

김영삼 정부 때의 경기 추세를 보면 이같은 징크스가 뚜렷이 드러난다. YS 정부가 출범한 93년 2월은 경기 저점(93년 1월)을 지난 지 한달 뒤 시점. 3저호황이 끝난 뒤의 불황기에 진입해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정부의 신경제정책 등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경기는 상승하기 시작해 94년 8.3%, 95년 8.9%의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상승세는 임기 후반기로 접어든 96년초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후 한보와 기아사태에 이어 97년말 외환위기, IMF 관리체제에 이르기까지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곤두박질쳤다.

김영삼 정부처럼 극적인 대비를 보이지는 않지만 노태우 정부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노태우 정부가 출범한 88년초는 고속성장 기세가 계속되던 시기. 취임 직전인 87년 11.0%의 성장률을 보였고 출범 첫해인 88년에도 10.5%로 고공비행이 이어졌다. 그러나 노태우정부가 물러난 93년에는 5.5%로 내려앉아 후퇴 기운이 뚜렷했다.

현 DJ 정부도 작년까지는 같은 코스를 밟았다. 침체기 때 정권을 물려받은 것부터 비슷했다. 출범 첫해 경제는 사상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6.7%)을 보였다. 그러다가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과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경기가 강한 급반등세로 강하게 반전한 것도, 후반기로 들어선 작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징크스 재현을 점치게 했다.

하지만 이 징크스는 작년 후반 이후 빗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리막이던 경기가 작년말부터 저점 통과 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소한 올 상반기 중에는 저점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작년 추정치 2.8∼3%보다 높은 4% 정도로 예상된다.

임기말 심한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는 DJ 정부지만 ‘불운한 징크스’ 전통 하나는 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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