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CGV명동관 "화장실 여심을 잡아라"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19분


여성들에게 ‘공중 화장실(化粧室)에서 화장(化粧)고치기’처럼 번잡하고 쑥스러운 일이 있을까. 더구나 이용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영화관 화장실에서라면….

지난달 23일 서울 명동 옛 코스모스백화점에서 개관한 CGV명동관. 5개의 스크린에 8백명의 고객을 동시에 수용하는 시설은 요즘의 웬만한 대형영화관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영화관 내부를 찬찬히 뜯어보면 여성고객을 배려한 마음 씀씀이가 곳곳에 보인다.

먼저 영화관 내부 벽면에 설치한 쇼핑백 보관함. 지하철 역사내 사물함과 비슷한 크기의 함이 30개가 설치돼있다. 주로 여성고객들을 겨냥, 이들이 명동을 오가며 쇼핑한 물건들을 보관함에 넣어놓고 홀가분하게 영화를 감상하라는 취지다.

명동관 직원들은 화장실을 ‘파우더 룸’이라고 부른다. 화장실 한쪽에 마스카라 립스틱 파우더 등 색조화장품을 비치해 놓았기 때문. 대부분의 영화관에는 남자변기가 더 많지만 이곳은 여자변기가 2개 많은 8개. 이것 역시 여성고객을 겨냥한 설계변경이다. 다만 워낙 명동의 땅값이 비싼 탓에 화장실 공간이 여유롭지는 못한 편.

장시간 앉은 채 영화를 봐야 하는 객석은 뒤편으로 15%까지 움직이는 ‘틸트형’으로 갖췄다. 이밖에 CGV카드 가입자들은 영화 상영전 대기실에서 친구들과 공짜로 커피를 즐기며 얘기도 나눌 수 있다.

CGV명동관의 여성마케팅은 국내 영화상영관 중 처음. 마케팅팀 이지연 대리는 “여성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이 달 24일 구로구에 문을 여는 상영관도 비슷한 설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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