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매진’ ‘다음 방송에서 가격인상’이라는 자막도 흘러갑니다. ‘마감 30초전’ 하면 주문하게 되죠. 마지막이라더니 며칠 후 비슷한 상품이 또 나오고 백화점보다 크게 싸지도 않은 것 같아 후회도 하고요.
다급한 멘트와 자막은 그 순간에는 ‘진실’입니다. ‘마지막 기회’는 제품 자체가 다시 안 나온다기보다 무이자할부 등 ‘이번 방송의 기획’이 마지막이라는 뜻이죠. 잘 팔리면 같은 제품을 다르게 재기획하기도 하구요. 또 백화점에서 산 영수증을 보여주며 “50% 싸다”고 방송하죠? 이후 백화점이 바겐세일을 하면 홈쇼핑이 50%까지 싸진 않지만 방송 순간에는 역시 ‘진실’이랍니다.
홈쇼핑은 하루에 21시간 이상 생방송으로 진행됩니다. 주문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방송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죠. 스튜디오 한쪽에 ‘PD박스’가 있습니다. PD는 8대의 모니터와 촬영장을 보며 지시를 합니다. 현재 방송되는 것의 주문상황, 콜센터 상담원 상황, 같은 시간 경쟁사의 방송 등을 보는 것이죠. 콜센터 상담원이 모자라면 ‘ARS유도’라는 메시지를 쇼핑호스트가 볼 수 있는 화면에 띄웁니다. 그러면 호스트는 “주문전화 폭줍니다. 자동응답전화로 하시면 1000원 할인 혜택 있죠”라고 말합니다. 방송의 실적(주문상황)이 실시간으로 확인되니 홈쇼핑PD들의 스트레스도 장난이 아니랍니다.
어쨌든 ‘순간의 진실’에 속았다고 억울해하지 않으려면 홈쇼핑도 계획적으로 이용하는 습관이 필요하지요. 충동구매했다가 반품하면 업체의 손실도 이만저만 아니구요.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