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거래 세무조사]실거래價 숨길땐 자금출처 추적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마침내 세무조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빼들었다.

국세청은 작년 하반기(6∼12월)부터 강남지역 아파트 값 상승세를 살펴 왔으나 건설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아파트 값 상승세를 방치하면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범정부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결국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다.

▽강남권 아파트 거래 세금 탈루 실태〓국세청이 강남구와 서초구의 17개 아파트 분양권과 재건축 재개발 추진아파트의 단기거래자 1074명을 내사한 결과 대부분 세금탈루 혐의가 있고, 매매차익을 1억원 이상 줄여 신고한 사람도 225명이었다.

강남구에 사는 강모씨는 도곡동 삼성사이버아파트 35평형을 작년에 분양받아 준공 전 분양권을 매매, 6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신고했지만 국세청이 파악한 당시 분양권 프리미엄은 1억2500만∼1억9500만원 수준이었다.

서초구에 사는 김모씨는 서초동 극동아파트 16평을 2000년 2억500만원에 사 2개월 뒤 같은 값에 팔았다고 신고했으나 국세청 추정으로는 6500만∼1억3500만원을 남겼다는 것.

▽어떻게 조사하나〓우선 세무당국이 본인과 거래 상대방에게 실제 거래 가격을 확인한다. 실거래가격을 사실대로 공개하면 누락한 만큼의 세금과 일정한 가산세를 물리고 조사가 끝난다.

신고불성실가산세는 상속 증여세가 20%, 양도세는 10%다. 납부불성실가산세는 상속 증여세가 10∼20%, 양도세는 납부할 세액에 매일 0.0005를 곱해 계산한다.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거래 가격을 사실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금융거래 확인 조사와 양수자 자금출처조사 등이 뒤따른다.

▽1단계와 2단계 조사의 차이점〓이번 조사는 아파트분양권을 전매하거나 1년 안에 재건축 재개발 추진 아파트를 되판 거래에 대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이는 1단계와 2단계 조사 모두 마찬가지.

2단계 조사가 1단계 조사와 다른 점은 조사 대상이 강남권 전체로 확대되고 작년 10월 이후 거래분도 조사한다는 점.

국세청은 강남권 아파트 값이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시점은 작년 10월 이후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2단계 조사에서는 1단계보다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9일 발표에서 부동산중개업자와 ‘떴다방’, 학원 등에 대한 조사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이미 장부를 빼돌리거나 문을 닫는 등 시기를 놓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중개업자를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해 불시에 조사할 뜻임을 내비쳤다.

▽기타 대책과 효과〓국세청은 강남 아파트 값 상승을 이끈 주범 가운데 하나가 재건축 추진 아파트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지역 재건축 추진아파트 95개 단지에 대해 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의 과세 기준이 되는 기준시가를 수시로 고시, 시가에 근접시킬 계획이다. 추가 고시는 조사에 필요한 인원과 시간을 감안할 때 연간 1차례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의 이번 조치로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투기 수요는 상당 부분 잠재워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세무 대책은 실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을 해소하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 대책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차 세무조사 대상
유형별	구	아파트명
분양권	강남구	현대아이파크(삼성동) 삼성사이버(도곡동) 삼성타워팰리스(〃) 롯데캐슬(대치동) 현대까르띠에(역삼동)
	서초구	한신플러스타운(서초동) 삼성한일(〃) 삼성래미안(〃) 현대2차(방배동)
재건축 재개발	강남구	주공(개포동) 개포시영(〃) 개나리(역삼동) 영동(〃) 도곡주공(도곡동)
	서초구	극동(서초동) 설악(잠원동) 주공(반포동)

국세청 정밀분석대상 재건축 아파트분양권 시세추이
아파트	평형	분양가(만원)	시세(만원)	상승률(%)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73	108,620	122,500	12.8
도곡동 삼성사이버	24	18,240	34,500	89.1
도곡동 삼성타워팰리스	68A	92,000	110,500	20.1
대치동 롯데캐슬	41	39,235	52,500	33.8
역삼동 현대까르띠에	60	61,492	85,000	38.2
서초동 한신플러스타운	34A	24,900	38,500	54.6
서초동 삼성한일	32B	22,900	40,000	74.7
서초동 삼성래미안	34A	24,361	40,000	64.2
방배동 현대2차	32	22,700	40,000	76.2

국세청 정밀분석대상 재건축 아파트 시세추이
아파트	평형	2001년 1월	2002년 1월	전년 대비 상승률
대치동 도곡주공	13	25,000	40,000	60.0
개포 주공1단지	15	21,000	32,000	52.4
개포 시영	13	15,000	21,500	43.3
역삼 개나리1차	21	25,500	38,500	51.0
역삼동 영동주공 1단지	13	13,000	22,000	69.2
잠원 설악	28	25,500	33,000	29.4
반포 주공 3단지	16	20,500	39,000	90.2
서울 평균		646	782	20.9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