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외식업엔 '왕언니'가 최고"…여성점장시대 활짝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29분


우두머리라고 꼭 남자란 법은 없다. 험한 일을 부드럽게 해야할 때는 ‘언니 우두머리’가 더욱 빛을 발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여성 점장이 최근 1,2년간 부쩍 많아졌다. 레스토랑 점장은 주방일 식자재관리 직원교육 자금관리 고객응대 등을 두루 꿰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채용 등에서 개별점포의 자율권이 많아져 웬만한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나 다름없다.

수많은 직원을 거느리는 데다 육체적으로도 힘든 일이라 점장은 당연히 남성의 일이라는 인식이 보통.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첫 여성 점장이 등장한 것은 98년이다. 외식업체는 직원의 80%와 고객의 60∼70%가 여성. ‘서비스업에는 여성이 강하다’는 점을 살려 여성 점장이 맹활약하고 있다.

업계에서 ‘왕언니’로 불리는 이들 여성 점장들이 맡은 매장은 서울시내, 강남의 젊은층이 모이는 거리 등 업체별로 주력하는 ‘요충지 점포’다.

토니로마스는 광화문과 압구정점장, 베니건스는 대학로점과 604석으로 최대규모인 도곡점장이 여성이고, TGI프라이데이의 이연숙점장은 명동점장을 거쳐 현재 양재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카이락은 22개 점포중 11개의 점장이 여성이다.

이들의 실적도 화려하다.

스카이락 중계점의 이영주점장(29)은 지난해 최고 회전율(17회전)을 기록했다. 이점장은 서비스강사 분야로도 활동을 넓힐 계획이다. 토니로마스의 유미라점장(32)은 광화문점을 토니로마스 5개 매장 중 매출 2위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고객만도 100명 이상.

코코스 평촌점의 최지영점장(30)은 아파트촌의 가족고객이 많다는데 착안, ‘레스토랑 돌잔치’를 도입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베니건스 도곡점의 박숙자점장(36)은 지난해 성탄절에 베니건스 사상 1일 최고 매출인 5800만원을 기록했다. 1시간마다 213명이 총 446만원어치를 먹은 셈. 한꺼번에 몰려드는 손님과 주문을 무리없이 서비스해냈다는 뜻이다.

남성점장 중에는 호텔 등에서 경력 중간간부로 스카우트돼 온 경우도 있지만 여성점장들은 모두 밑바닥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베니건스 대학로점 최애숙점장(36)은 95년 접시닦이로 시작했다. 이후 조리사로 발탁돼 97년 신입조리사를 교육하는 트레이너, 99년 주방매니저, 2001년 부점장으로 차례로 승진했다. 토니로마스 압구정점 박은주점장(29)은 매장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버 출신. 매장 캡틴, 매니저를 거쳐 점장이 됐다.

자기관리에도 철저해야 훌륭한 점장.

스카이락 이영주점장은 매일 아침 2시간씩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장의 지론. 토니로마스 압구정점 박은주점장도 잠자리에 들기 전 30분 체조는 기본이고 외국인 고객을 위해 영어학원도 매일 아침 다니고 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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