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신, 경영감시 팔걷는다

  • 입력 2002년 1월 17일 18시 12분


기관투자가인 투자신탁운용회사들이 올 주주총회 시즌부터 투자기업에 대해 본격적인 경영감시활동에 나선다. 투신운용사들은 기업에 질의서를 보내는 것은 물론, 회계장부를 열람하고 주총에 직접 참석하며 다른 기관과 연대해 임원 선임 등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이같은 기관의 움직임은 펀드에 돈을 맡긴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기업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시민단체도 기관투자가에 대해 경영감시자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17일 투신업계에 따르면 시가기준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갖고있는 한국투신운용은 작년말 현재 총발행주식 수의 1% 이상을 가진 50개 기업 가운데 경영감시를 할 대상기업을 고르고 있다.

한투는 선정된 기업에는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내용을 믿을 수 없으면 언론을 통해 공개서한을 보내거나 주총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조영제 사장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필요하면 회계장부열람권과 임시주총소집요구권 등을 행사할 것”이라며 “국내 다른 기관이나 외국인과 연대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대한투신운용은 작년 주총시즌 전에 8개 기업에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 내용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올해는 시가가 약 3조원에 이르는 보유주식을 바탕으로 지분 1% 이상인 20개 기업 가운데 일부에 대해 질의서를 보내고 특히 주가가 업종 평균보다 많이 떨어진 기업의 주총에 참가하거나 다른 기관과 연대해 주주로서의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현대투신운용도 지분을 0.5% 이상 가진 기업을 ‘집중감시기업’으로 정해 60여명의 펀드매니저가 기업을 방문하거나 질의서를 보낸 뒤 주총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기관투자가는 1998년까지 주주들의 다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도록 한 일명 ‘세도우 보팅’ 규정 때문에 주식을 가진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관련 법규가 바뀌면서 “그동안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기관들이 주주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

감시대상으로는 싼 주식을 비싸게 사는 방법으로 대주주에게 부(富)를 이전하거나 부실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부당내부거래을 한 기업, 상식에 어긋나게 특혜성 스톡옵션을 주는 기업, 동종 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경영실적이 나쁘거나 허위공시 등으로 주가상승률이 낮은 기업 등이 꼽힌다.

한편 일각에서는 감시대상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기관에 적지 않은 돈을 맡긴 고객이어서 감시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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