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고 나간 손님 수만큼만 새 손님을 받는 이 매장 앞에서 외제 브랜드로 치장한 한국인 모녀와 배낭여행중인 듯한 여대생 등 수십명의 한국인이 매서운 파리의 겨울 날씨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처 갤러리 라파예트와 프렝탕 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평소에 드문드문 보이던 한국 쇼핑객이 세일 이후부터 발에 치일 정도다. 쇼핑 봉투를 한아름 안은 한국인들이 “빨리 와!” 하고 소리치는 것을 들을 때면 한국 백화점에 와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
겨울과 여름에 한번씩 하는 프랑스의 세일 때마다 한국 쇼핑객들이 메뚜기떼처럼 몰려드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른 바 ‘명품 사냥꾼’ 들이다.
어느 때부턴가 루이 뷔통 등 일부 명품 매장은 한국인을 비롯해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동양인들이 너무 몰려들자 인기 품목은 하루에 1개 이상 판매하지 않는 ‘구매 쿼터제’ 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보따리 장수가 파리에 사는 유학생에게 커미션을 주고 대리 구매하는 일도 많다.
최근에는 아예 한국에서 유럽행 배낭여행객에게 선금을 주고 구매를 부탁하는 신종 수법이 등장했다고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전했다.
최근 파리를 방문한 친지를 배웅하러 샤를 드 골 공항에 갔던 교민 J씨(45)는 “공항내 프랑스 상품 면세 처리 창구에 한국인만 100여명 가까이 줄서 있는 걸 보고 너무 창피했다” 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세일가는 평상시보다 30∼50% 인하된 가격. 외국인 여행객은 약 19%의 부가가치세까지 면제받는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