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로 상표명을 지어 외국계인 양 ‘위장’한 국산 스테이크업체가 미국계 스테이크 전문점을 누르는가 하면 이름만으로도 토종 냄새를 물씬 풍기는 브랜드들이 한국적 맛을 내세우며 새 시장을 열고 있다. 우리 입맛에 맞을 뿐더러 매출액의 5∼8%인 로열티도 내지 않아 값이 싼 편이다.
▽어, 한국 브랜드였네〓제일제당 푸드빌의 스테이크점 ‘빕스’는 지난해 말 미국계 레스토랑 판다로사 매장을 인수, 홍대점과 삼성동점을 열었다. 판다로사는 미국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스테이크 전문점. 특히 홍익대 앞은 ‘T.G.I.프라이데이스’나 ‘아웃백 스테이크’ ‘베니건스’ ‘스카이락’ 등 외국계 외식업체가 밀집한 곳인데도 빕스는 개점 첫달부터 매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빕스 관계자는 “점포 3개에서 출발해 단기간에 8개로 늘어 확장률이 267%로 업계 최고 수준”이라 말했다.
이탈리아 음식인 파스타 전문점 가운데 1위 업체는 썬앳푸드의 ‘스파게띠아’다. 물론 순수 국내 브랜드. 96년 개업한 이 업체는 내년부터 해외 진출도 할 예정.
미국계 ‘스타벅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창 사업을 넓히고 있는 커피전문점 ‘할리스’나 ‘로즈버드’도 토종 브랜드다. 롯데제과의 고급 아이스크림 ‘나뚜루’도 ‘배스킨라빈스’나 ‘하겐다즈’의 아성에 맹렬히 도전 중이다. 나뚜루는 지난해 매출액 신장률 25%, 매장 수 100% 증가를 이뤘다.
푸드빌 김수기(金守基) 마케팅 팀장은 “매장명이나 인테리어에서 외국 분위기를 내면서도 맛은 우리 입맛에 맞게 개발했고 값도 상대적으로 싸다”고 말했다.
▽토종의 향기로 승부한다〓98년 창업자의 이름을 상표명으로 내걸고 피자업계의 독립을 선언한 성신제피자. ‘피자헛’ 등 외국계 유명 매장과 경쟁하는 서울 명동점은 60석의 작은 규모지만 평일 고객수가 약 500명에 이른다. 외국계 점포가 본사 방침상 쉽게 현지화할 수 없지만 이 피자 전문점은 빵 반죽에 녹차를 사용하는 등 맛을 차별화한 게 최대의 ‘경쟁력’이다.
87년 5평 식당에서 출발한 ‘㈜놀부’는 한식 프랜차이즈업체에서 최강이다. 현재 보쌈집, 유황오리집, 시골밥상집(한정식), 부대찌개집, 솥뚜껑삼겹살집 등 300여개의 체인점을 거느리고 있다.
최근 1년여간 외식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찜닭’도 중요 브랜드로 뿌리를 내렸다. 현재 서울에만 300여개의 찜닭집이 성업 중. 봉추찜닭 명동점은 50평 규모의 매장에서 하루에 약 200마리의 찜닭을 팔 정도다.
놀부의 신용우 기획팀장은 “한식은 국물이 많고 조리과정이 복잡해 프랜차이즈가 어렵지만 중앙 조리공장에서 식재료를 일정한 양으로 일괄 납품하는 등 맛을 표준화한 게 성공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서울 홍익대 앞 패밀리 레스토랑의 작년 매출액 (단위:만원) | ||
11월 | 12월 | |
빕스* | 35,500 | 39,200 |
TGIF | 29,600 | 36,700 |
베니건스 | 27,600 | 33,700 |
아웃백 스테이크 | 27,300 | 35,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