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국제업무담당 상무 출신으로 10여년간 고인의 통역을 맡았던 박정웅(朴正雄) 현 시너렉스 대표가 통역메모 등을 토대로 집필한 단행본의 제목은 ‘이봐, 해봤어?’다.
이 책에는 리처드 스나이더 전 주한 미국 대사의 포니차 독자개발계획 포기 압력 등 36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스나이더 전 대사는 1977년 봄 서울 조선호텔로 정주영씨를 불러 “자동차 독자 개발을 포기하라. 포기하면 현대가 원하는 조건대로 조립생산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독자개발 포기를 종용했다. 또 “만일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대는 앞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며 압력을 가했다는 것.
정 창업주는 그러나 “좋은 차를 싸게 공급하는 것은 인체 내에 좋은 피를 흐르게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며 단호히 거절했다고 이 책은 소개했다.
또 게리 하트 전 미국 상원의원이 86년 방한했을 때 정 창업주에게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소련에 가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만나면 88올림픽에 소련이 참가해 줄 것과 북한이 방해하지 않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한 내용도 들어있다.
박정웅씨는 “정주영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과 업적이 올바르게 조명됐으면 하는 뜻에서 책을 냈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