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15일까지 한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줄었다. 이변이 없는 한 월간 수출액도 11개월째 감소세가 확실시된다. 올해 3월 수출실적에 반영될 작년 12월의 신용장(LC) 내도액도 전년 동기대비 25.7%나 격감했다. 국내경기가 지표상으로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많지만 수출업계에는 남의 일이다.
최근 한국경제는 수출과 투자부진 속에 적자국채 발행 등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그나마 내수가 성장을 떠받치는 패턴이다. 내수경기도 정책의 ‘약발’이 빨리 먹히는 건설경기와 일부 소비 중심이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에서 재정을 동원한 내수진작만으로 계속 버텨나가기는 어렵다. 결국 수출이 살아나지 않고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어렵다는 말이다.
최근 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 기대 등에 힘입어 한국 주력수출제품인 반도체값이 오르는 것은 다행스럽다. 미국경기가 2·4분기부터 회복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호재다.
그러나 환율 쪽으로 눈을 돌리면 불안스럽다. 우리 경제는 과거 수십년간 엔화가치 변동과 깊은 상관관계를 가졌다. 엔화강세 때는 수출호조에 따른 호황을 누렸지만 엔화약세가 닥치면 겨울을 맞았다.
지난해 9·11 미국테러 직후만 해도 달러당 115엔대였던 엔화환율은 올들어 133엔대까지 상승(엔화가치 하락)했다. 최근 엔화약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일본정부가 평가절하를 통한 수출타개에서 장기불황의 활로를 찾으려는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달러당 140엔을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1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은 달러당 132.81엔으로 다시 133엔대에 바짝 다가섰다. 하루 전과 비교하면 달러당 1엔 가까이 올랐다. 엔화약세가 다시 가속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한국정부는 중국 동남아 등과 긴밀히 협조해 일본측에 지나친 엔화약세정책의 위험성을 계속 경고하면서 수출업체를 돕기 위한 규제완화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최후의 카드’로 남겨둬야지 함부로 쓰는 것은 위험하다.
기업들도 정부에 우리 돈의 평가절하만 촉구할 것이 아니라 환위험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품질개선과 마케팅강화 등 비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과거 일본기업들이 몇차례 엔화 초강세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 강화했던 점을 떠올리면 언제까지나 환율 움직임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권순활 경제부 차장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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