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퇴직은 나이順?…국장급 “53세이상 모두 나가라”

  • 입력 2002년 1월 23일 18시 25분


금융감독원이 22일 실시한 국장급 인사를 보면 정부부처의 연공서열식 인사가 결국 낙하산 인사를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임을 절감하게 된다.

금감원은 이번 인사에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53세 이상 고참국장들을 현업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금감원은 이들에게 2, 3월 은행주총과 5월 증권사와 보험사 주총에 맞춰 감사 등의 자리를 물색해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작년 5월 물러난 6명의 국장들에게도 자리를 마련해줬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관행을 탈피하기 위해 임원들끼리 장시간 토론을 벌였지만 결국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나름대로 기준을 마련한다 해도 “퇴출기준이 무엇이냐”는 반발이 나왔을 때 대답할 말이 없다는 것. 지금까지 연공서열 등에 따라 형식적으로 고과해 객관성에 대한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정부부처 역시 마찬가지. 후배가 선배보다 고위직에 진출하면 고시선배들이 무조건 옷을 벗는 전통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옷을 벗는다고 해서 보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산하기관에 내려가는 낙하산 인사 때 ‘제 몫’을 챙기는 것. 만약 끝까지 옷벗기를 거부할 경우 “후배 길을 가로막는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뿐만 아니라 낙하산 인사 혜택을 받기도 힘들다.

결국 정부부처의 기관장은 무리한 인사에 대한 보상차원에서라도 산하기관에 자리를 마련해줄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공선표 상무는 “기수나 나이를 퇴출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 조직이 사람을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인사혁신 없이 경쟁력을 거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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