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의 첨예한 이해가 걸린 엔화약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제금융국장은 3월 15, 16일 경주에서 회의를 갖고 대응 및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엔 한·미·중 재무장관 회의를 갖고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엔-달러 환율은 23일 밤 뉴욕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달러당 0.75엔 오른 134.62엔에 마감됐다. 24일 도쿄외환시장에서도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며 한때 134.74엔까지 오른 뒤 134.45엔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0.7원 떨어진 1330.5원에 마감됐다. 외국인이 1700억원 어치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한데다 수출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팔았기 때문.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89.5원으로 990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한·중 공동 대응=재정경제부 권태신(權泰信) 국제금융국장은 “일본의 미조구치 젠베이 재무성 국제금융국장, 중국의 조지아이 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등과 함께 한중일 국제금융국장 회의를 갖고 엔저에 대한 대응과 금융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이 회의는 한국 중국 등의 잇단 경고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엔-달러 환율이 오름세(엔화가치 하락)를 지속하자 대응책을 마련키 위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엔화 약세로 피해를 입는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엔-달러 환율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다이샹롱 중국 인민은행장은 “일본이 자국의 경기부진을 주변국에 떠넘기고 있다” 고 비난하며 “일본 정부는 엔약세를 유도하지 말라” 고 강력히 경고하기도 했다. 일본을 방문중인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도 “일본은 엔저(低)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기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고 강조했다.
진념(陳稔)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4일 “일본이 경기회복을 위해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 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진 부총리는 “작년말부터 시작된 엔저로 한국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가 수출부진과 물가상승 압력 부담을 느끼고 있다” 며 “필요하면 미국 중국 재무장관과 만나 엔저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 고 덧붙였다.
▽ 환율전쟁 일어날까=하지만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는 일본경제의 펀더멘털(기본여건)을 반영해 시장에서 이뤄지는 것” 이라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앞으로도 상승세를 지속해 달러당 140엔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많으며 150엔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달러 환율이 140엔을 넘어서면 한국과 중국은 엔화 가치의 추가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엔화 약세의 일부를 원화 약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물가와 환차손 등을 감안할 때 달러당 1350원 이상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중국도 엔화약세로 수출이 줄어들고 산업생산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엔-달러 환율이 140엔을 넘어서면 어떤 방식으로든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