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사느냐 죽느냐"…캐피털에 밀리고-日자본에 치이고…

  • 입력 2002년 1월 28일 18시 46분


서민 금융시장에서 수십년간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채업이 위축되고 있다.

신용금고와 이른바 ‘캐피털’ 등 소비자 금융업체, 그리고 일본 대금업체의 약진으로 불과 최근 1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4000여개(등록업체 1400개)에 이르는 사채업체들은 아예 업종을 전환하거나,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영업방식을 바꾸는 등 생존전략 마련에 고심중이다.

서울지역 사채업자 80여명은 작년 12월 중순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를 결성하고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자본금 5억원으로 조합회사를 만들어 채권추심대행, 신용정보 공유, 대금중개, 광고대행 등의 업무를 시작할 계획. 또 다른 200여명의 사채업자도 조합회사를 목표로 ‘전국대부사업자연합회’ 결성을 추진중이다.

▽흔들리는 사채업〓사채업은 제도 금융시장의 만성적인 자금공급 부족 덕분에 수십년간 서민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해왔다. 시장규모는 20조원가량. 그러나 토종 사채업은 최근 조달금리에서 큰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금고는 예금자에게 5∼8%의 정기예금 금리를 보장해주고 자금을 조달한다. 일본계 대금업체는 일본에서 연리 10%이하의 자금을 빌려온다. 그러나 사채업자들은 전주(錢主)들에게 24∼30%의 확정금리를 보장해준다.

조달금리가 비싸면 대출심사와 고객 관리를 잘해서 부실을 줄여야하는데 이 역시 금고나 대금업체보다 못하다. 금고와 대금업체의 대손율(떼이는 비율)은 현재 5∼8%. 사채업의 대손율은 30%내외. 고금리시장에서의 우량고객은 금고로 빠져나가고 있어 사채업의 대손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높은 대손율을 감당하려면 규모가 커야 하는데 전국에 지점을 갖고 있는 대금업체와 달리 토종 사채업자는 대체로 사무실 하나밖에 없다. 사채업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큰 부담.

▽뭉쳐야 산다〓유세형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 회장(40)은 “유일한 생존의 길은 사채업자들이 모여 조합형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단 이자제한법이 통과되면 합법적인 업체로 거듭나 불공정행위를 차단해서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것. 그리고 조합회사에서 업계 공동으로 신용정보 공유, 채권추심업무 대행, 광고대행업무를 하도록 할 방침. 마지막으로 코스닥에 등록해서 저금리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산이다. 일종의 신용조합형태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도.

부산 대구 대전 등 지역의 상당수 사채업자들은 사채업의 수명이 거의 끝났다고 보고 몇 몇 업체끼리 합병작업을 거쳐 대출중개만을 전문으로 하는 모집인으로 변신하고 있다. 기업어음전문 사채업자는 그동안 축적해놓은 중소기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금융기관에 팔기도 한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사채업과 신용금고 일본계 대금업체 비교
국내 사채업신용금고일본계 대금업체
대출금리100∼700%40∼60%90∼110%
조달금리24∼30%5∼8%5∼18%
판매채널사무실 한 곳일정요건 갖춘 금고는 지점 낼 수 있음전국 주요도시에 지점설치
대손율약 30%5∼8%5∼8%
이미지부정적좋음이자 못 갚으면 친지에게 전화, 분쟁 자주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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