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나름대로 색깔과 이미지가 뚜렷하다. 이미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자동차 심벌(엠블럼). ‘개성’과 ‘브랜드 파워’를 한눈에 보여주는 상징물이라는 점 때문에 국내외 주요 자동차업체는 심벌에 각고의 노력을 쏟아붓는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동차 심벌중의 하나가 BMW 상징물이다. BMW가 1916년 뮌헨에서 바바리아 모터 주식회사로 첫 출발했을 때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차가 아니라 항공기 엔진이었다. 항공기 엔진을 만들었기 때문에 심벌의 기본형태가 비행기의 프로펠러 모양으로 정해졌다. BMW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바이에른(바바리아)주의 푸른 하늘을 상징하는 청색과 알프스의 흰눈을 뜻하는 백색을 도입, 청백색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 형상의 로고가 만들어 진 것이다.
이 로고는 80년 동안 단 한번의 수정도 없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독특한 ‘별 모양’ 심벌도 잘 알려져 있다.1890년 다임러자동차회사를 세운 다임러는 당시 그의 아내에게 우편엽서를 보낸다.그는 엽서에 작은 별 하나를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적는다. “언젠가는 이 별이 우리 자동차 공장 위에 찬란하게 솟을 것이오.”다임러는 자신이 개발한 엔진을 자동차 만이 아니라 선박과 항공기에도 응용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다임러의 세 꼭지 별은 바로 육·해·공(陸海空) 세 분야로 뻗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
벤츠사의 엠블럼은 원래 ‘월계수’였으나 벤츠와 다임러 두 회사가 합치면서 월계수와 삼각별을 합해 지금의 형상으로 정착됐다.
볼보는 라틴어로 ‘나는 구른다’라는 뜻. 볼보의 심벌은 사업초기 지원을 받은 볼베어링 회사(SKF)를 기념하기 위해 끊임없이 회전하는 베어링을 형상화한 ‘화살표 문양’과 함께 ‘VOLVO’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재규어는 영국 왕실의 기품과 우아한 곡선에 재규어가 갖는 민첩함의 이미지를 풍기는 모습을 심벌로 정했다.
50년 이상을 4륜구동(4WD)만 만들어 온 랜드로버는 영원한 ‘오프 로드’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대자연을 뜻하는 초록색 바탕 위에 ‘Land-Rover’ 로고를 새긴 심벌을 사용하고 있다.
진한 감색 원형판에 금관을 쓴 붉은 독수리 머리가 그려진 것은 사브다. 사자와 독수리를 절반씩 섞은 신화적 동물인‘그리핀’은 불침번의 상징이라는 것.
9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캐딜락은 30회나 엠블럼을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심벌을 변경한 것은 1963년. 지혜를 뜻하는 흑색과 부(富)를 뜻하는 금색이 대비를 이루고 있는 모습. 적색은 용기와 담대함을, 은색은 순결, 청색은 기사의 용맹을 뜻한다고.
렉서스 엠블렘은 알파벳인 ‘L’자를 타원형의 동그라미가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다. 알파벳 L은 렉서스와 호화로움(Luxury)을 동시에 겨냥했다.
슈투트가르트의 상징인 ‘앞발을 쳐든 검은 말’을 넣어 만든 것은 포르셰다.
또 롤스로이스의 상징물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암시하며, 페라리의 엠블럼인 야생말과 람보르기니의 성난 황소는 힘과 스피드를 상징한다.
크라이슬러는 은색 윙과 금색 배지를 심벌로 사용하고 있다.1924년 뉴욕 오토쇼에서 처음 등장한 이 형상은 대중의 취향이 후드 장식물을 멀리한다는 판단에 따라 57년에 윙 사용을 중단하는 등 변화를 겪기도 했다.
동그란 원안에 V자와 W자가 새겨져 있는 엠블럼을 쓰는 폴크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차’라는 의미인 ‘Volkswagen’의 약자를 형상화.이에비해 한국차의 심벌은 상대적으로 단조롭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차 심벌의 공통점이 있다면 세계와 우주를 꼭같이 강조하고 있다는 것.
현대차 심벌의 타원은 세계를 무대로 뛰자는 뜻이며 H는 현대차의 영문표기 첫글자에 속도감을 부여해 두 사람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대우차 엠블럼의 반타원형은 우주를 상징하며, 위로 확산되는 형상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도전의지를 표현한다는 것.
기아는 우주를 상징하는 원과 비약하는 봉황의 날개 형상, 기아의 영문 첫자 ‘K’를 조합했다.
르노삼성은 ‘태풍의 눈’을 강조해 우주 속에서 고객과 자동차의 만남을 표출하고 있다. 대칭적 구조는 안정성과 신뢰성을 상징한다.
세 개의 동그라미로 도안한 쌍용차의 심벌은 선도경영, 열린경영, 정도경영을 나타내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