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鄭義宣·32) 현대차 상무가 내달 초승진이 확실시되면서 ‘3세 경영’이 재계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
28일 재계에 따르면 내달 초 예정돼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인사에서 정의선 상무와 함께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자의 4남인 몽우(夢禹·작고)씨의 장남 정일선(鄭日宣·32) 삼미특수강 상무도 승진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초 현대백화점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한 정지선(鄭志宣·30)씨와 함께 창업자의 3세들이 대거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이와 관련, 정몽구 회장은 최근 “외국에서는 40세 사장도 예상외로 훨씬 많다”고 운을 뗀 후 “최고경영자(CEO)의 훈련기간은 3, 4년이면 된다고 판단한다”고 말해 의선씨의 CEO 조기 포진 가능성도 내비쳤다.
의선씨는 미 샌프란시스코대 MBA 출신으로 1999년 말 현대차에 이사로 입사, 이듬해인 2000년 말 상무로 승진했다.
정일선 삼미특수강 상무도 기획 영업 등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어 승진 여부가 주목된다.
지선씨는 이른바 ‘왕회장 손자 3인방’중 막내로 정 창업주의 3남인 정몽근(鄭夢根)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 기획실장(이사급) 진급 1년 만에 부사장으로 뛰어 올랐다.
삼성가에서는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李在鎔·34) 삼성전자 상무보의 후계수업 과정과 승진시점이 관심거리다. 여기에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李在賢·42) 제일제당 부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부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삼성가 3세들의 행보에 이렇다 할 변화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한솔그룹은 올해부터 이인희 고문의 3남인 조동길(趙東吉·47) 회장 체제를 맞아 공식적으로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98년부터 조동혁(趙東赫·51), 조동만(趙東晩·48), 조동길 부회장 등 ‘3형제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왔으나 이번에 조동길씨 단일지배체제로 정리된 것. 동혁씨는 명예회장이 됐고 동만씨는 분가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말 ‘4세 CEO’세대를 열었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朴廷原·40) 두산상사BG(비즈니스그룹) 사장이 첫 4세 CEO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의 4세 경영인으로는 박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朴知原·37) 두산중공업 부사장과 박 회장의 조카인 박경원(朴京原·38) 두산건설 상무가 있다.
효성그룹에선 2세 오너인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 조현준(趙顯俊·34) 전무, 조현문(趙顯文·33) 상무, 조현상(趙顯相·31) 이사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재벌 3, 4세의 전면부상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서울대 이경묵(李京默·경영학) 교수는 “오너 경영인들도 앞으로 실적과 능력을 검증받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능력 있는 오너 경영인이 오너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