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벤처 맏형’ 메디슨 부도…한때 자회사등 50여개

  • 입력 2002년 1월 29일 18시 13분


‘한국 벤처 신화의 주역’으로 국내 벤처붐을 일으켰던 메디슨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무너졌다.

조흥은행은 29일 메디슨이 전날 결제하지 못한 어음 44억원을 갚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최종 부도처리됐다고 밝혔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회사측이 조만간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메디슨은 회사채 1481억원, 금융권 대출금 528억원, 기업어음(CP) 465억원 등 2472억원의 차입금을 안고 있다.

벤처 1세대로 대표적인 벤처성공 사례로 꼽혀온 메디슨의 부도 소식은 위축된 벤처업계에 큰 충격이 되고 있다. 또한 “벤처 산업전반에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메디슨은 85년 초음파진단기 등 의료기기 전문 제조업체로 설립돼 화려한 성장가도를 달려 왔으나 2000년 후반 이후 무리한 확장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왔다.

메디슨은 관계사인 무한기술투자와 메디슨에코넷 등을 통해 벤처투자에 나서면서 한때 자회사 및 관계사가 50여개로 늘어나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96년 상장한 메디슨의 시가 총액은 3조원을 웃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벤처 거품이 꺼지고 증시 침체가 이어지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 본업인 초음파진단기 사업에서도 제때에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제너럴일렉트릭(GE) 등 해외 메이저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이중고를 겪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창업자인 이민화 전 회장이 퇴진하면서 자회사 매각을 통한 회생 노력을 기울였지만 차입금 상환의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2001년 상반기에는 1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이자비용이 150억원이나 돼 순이익은 61억원 적자였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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