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옛 영화 되찾기’는 가능할까.
최근 지수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기술주 돌풍을 일으키며 1999년과 2000년 지수가 292까지 급등했던 것에 비하면 80근처인 지금의 체감 지수는 아직도 바닥 상황.
최근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시장이 거래소와는 별도로 99년같은 독자적인 대세 상승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리 없이 강했다〓지난해 4월경부터 증권사 시황분석팀 중 코스닥팀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매일 발간되는 각 증권사의 데일리(시황분석자료)에도 코스닥 시황분석이 없어졌다. 코스닥 시황을 따로 분석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코스닥시장은 지난해 이후 전문가들에게 철저히 소외됐다. 지수가 반짝할 때마다 옛 영화 되찾기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급등 뒤 급락을 반복하면서 기대는 항상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인지 시장의 주인공은 항상 거래소였다.
그런데 거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9월 이후 무려 74%(지난해 9월17일 대비 28일 기준 상승률)나 올랐다. 소리소문 없이 지수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것. 이는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65%보다 높은 수치다.
▽독립된 상승 장세의 가능성은〓고무적인 것은 최근 들어 외국인투자자가 기술주를 사고 있다는 점. KTF 국민카드 등 소수 우량주만 집중적으로 사들이던 외국인이 중소형 기술주에 관심을 돌렸다는 것은 코스닥시장 전반에 활력을 줄 수 있는 호재다.
서울증권 김장환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매수가 기존의 주도주 외에 정소프트 강원랜드 액토즈소프트 페타시스 등 기술주로 확산되고 있다”며 “경기 회복 기대감과 함께 외국인이 코스닥 전통기업군을 매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종목의 장기적인 상승추세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아직 미국 정보기술(IT)분야의 경기 회복 신호가 없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실력이 부족한 한국의 코스닥 등록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될지 의문이라는 것. 또 올해에만 1000여개의 기업이 코스닥에 신규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주식 공급 물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은 99년과 2000년 초에 이미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최고점을 경험했으며 이런 엄청난 투기성 거품을 겪은 시장은 회복이 쉽지 않다”며 “지수가 오를 수는 있겠지만 그 상승폭은 거래소 시장의 30%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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