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제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만들어보고 싶은 업계의 대표 브랜드를 연이어 제작하고 있는 TBWA코리아의 이수원 광고1팀장(36)은 비결을 묻자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2, 3위 브랜드는 보통 1위의 약점을 찾아내 집중 부각시키는 전략을 펴면 되지만 1위는 업계 대표답게 자신감과 여유를 보여주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 팀장의 소신이다.
경쟁 브랜드가 거세게 도전해올 때는 대표성을 강조하는 광고를 통해 도전을 물리쳐야 하고, 때론 경쟁업체에 대한 우위보다는 1위로서의 의연함을 보여주는 캠페인성 광고도 필요하다는 것.
‘이제 센스가 필요한 세상입니다(삼성전자 노트북 센스)’ ‘나는 엔탑을 한다(SK텔레콤)’ ‘꼭 011이 아니어도 좋습니다(SK텔레콤)’ 등의 카피는 모두 이런 소신에서 나왔다.
탤런트 한석규가 전 국민의 행복을 빌며 ‘꼭 011이 아니어도 좋다’고 말하는 SK텔레콤 광고는 처음엔 광고주가 “016이나 019를 선택하라는 말 아니냐”며 반대하기도 했다. 광고주는 결국 이 팀장의 생각을 믿었고 이 광고는 가장 기억에 남는 SK텔레콤 광고 중 하나가 됐다.
타고나는 천직(天職)이란 게 정말 있다면 자신에겐 광고 제작이 천직일 것이라는 이 팀장은 “광고 일은 처음부터 좋아서 시작했고 앞으로도 이 일 말고는 할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1월부터 제일기획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5월부터는 미국계 광고대행사인 TBWA코리아에서 일해왔다.
“시대 흐름에 맞춰 잠깐 눈길을 확 끄는 광고보다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잔잔한 기억으로 남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작은 소망이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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