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백화점 음악도 '판매 도우미'

  • 입력 2002년 1월 30일 17시 44분


제대로 된 매장에 들어서면 저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흥이 납니다. 매장에 들어서면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들뜬 분위기에 젖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음악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주요 판촉 수단입니다. 노래에 따라 쇼핑 욕구가 불붙기도 하고 사그라지기도 하죠.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선곡에 많은 신경을 쓴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백화점은 층마다 다른 음악이 흐릅니다. 백화점 1층 화장품 잡화매장에는 느린 곡을 틀지 않습니다. 매장에 첫 발을 디딘 고객들을 빠르게 유도하기 위해 항상 경쾌한 곡이 중심이지요.

하지만 수입명품이나 여성의류, 골프매장 등은 조금 다릅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올드 팝과 클래식을 들려주지요.

반면 젊은 여성이 주 고객인 영캐주얼 매장이나 아동 매장에는 최신 팝송과 로큰롤이 울려 퍼집니다.

봄에는 저음인 첼로 곡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등 백화점에서 들을 수 없는 ‘기피 음악’도 당연히 있습니다. 바이올린 독주곡이나 랩이 많은 곡도 기피 대상 가운데 하나지요. 자칫 신경을 거스를 수 있거나 이런 노래에 민감한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백화점에도 늘 바뀌지 않는 곡이 있습니다. 바로 개점 및 폐점 음악입니다. 현대백화점 본점은 개점 이래 18년 동안 독일 작곡가 마이어베어의 클래식 ‘대관식’을 개점곡으로, 프랑스의 연주자 폴 모리아의 ‘아리랑’을 폐점곡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리랑’이 울려 퍼질 때면 물건을 잔뜩 든 고객들로 계산대가 늘 북적입니다. 조건반사인 셈이지요.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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