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제시한 인수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밝혀 하이닉스 매각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 고위 관계자는 30일 “마이크론 쪽에서 하이닉스 인수가격으로 31억달러를 내놓은 반면 채권단은 적어도 47억달러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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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이크론 쪽에서 인수가격을 당초 제시액보다 5억달러 많은 36억달러까지 높일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하이닉스 채권단도 40억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어 막판에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쉽게 좁혀지지 않는 가격차〓마이크론은 이번 협상에서 31억달러가 마지노선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10억달러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공장 부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생각이어서 채권단 몫으로 돌아오는 하이닉스 국내 공장 대가로는 21억달러에 그친다.
반면 채권은행단에서는 적어도 47억달러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
하이닉스측 재정주간사인 살로먼 스미스 바니는 40억달러까지는 받을 수 있다는 내부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채권은행단은 이번 협상에서 47억달러를 제시하고 내부적으로 40억∼46억달러 선에서 조율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마이크론은 당초 제시한 31억달러에서 5억달러 더 얹어 36억달러까지는 쳐줄 수 있다는 입장으로 최근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협상여지는 있다〓현재 양측이 제시한 가격은 희망사항일 뿐 최종 마지노선은 아니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가 처한 불리한 상황을 이용해 최대한 싼값을 제시한 것이고 채권단은 향후 하이닉스의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제 아래 높은 가격을 내놓은 것.
양측이 현재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가격은 채권단이 최저 40억달러, 마이크론이 최고 36억달러 수준이어서 반드시 협상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협상을 깰 경우 양측 모두 불리한 상황에 빠질 수 있어 쉽게 협상 결렬을 공식화하기도 어렵다. 구조특위 고위 관계자는 “마이크론과의 가격차가 5억∼7억달러로 줄어들었으므로 대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협상결렬 때 대안 모색〓구조특위는 최악의 경우 협상 결렬 선언을 해야 할 경우의 대안으로 독일 인피니온 등 다른 업체와 협상을 추진하는 방안과, 독자생존을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협상이 깨지면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추가로 시설투자자금 1조원 가량을 지원해야 하고 마이크론은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각각 부담이다. 마이크론은 협상이 깨지면 그동안 하이닉스 인수가 ‘호재’가 돼 올라갔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채권은행단 및 하이닉스 주가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