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해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신용정보와 한국기업평가는 2000년 5월과 6월 각각 메디슨의 회사채등급을 투자적격(BBB)에서 투기등급(BB+)으로 낮췄다. 벤처붐이 꺼지면서 메디슨이 투자한 벤처들의 주식가치가 떨어지자 내린 조치. 그러나 그 후에는 유동성위기가 커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경고를 보내지 않다가 메디슨이 최종부도처리되기 하루 전, 또는 당일 오전에야 등급을 두 단계씩 내렸다. 이때는 자금시장에 소문이 파다해진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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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프엔닷컴에 따르면 작년 5월 이후 동원증권, 동원경제연구소, LG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는 메디슨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기업가치가 저평가됐으니 주식을 사라’며 매수추천했다. 메디슨의 현금흐름을 계속 주시하면서 경고메시지를 낸 애널리스트는 한 명도 없었다.
매수추천의 근거는 메디슨의 오스트리아 자회사인 크레츠테크닉 지분을 제너럴일렉트릭(GE)에 처분, 매각차익이 1000억원 이상 유입되고 투자유가증권 매각으로 대규모 현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러나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크레츠테크닉 보유지분으로 들어온 현금은 예상보다 적은 700억원가량이었고 유가증권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도 적었다. 수출과 내수 시장 모두 좋지 않아 매출도 저조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작년 6월경 메디슨 측이 발표한 구조조정계획을 믿고 리포트를 작성했다”는 어이없는 변명을 했다.
메디슨에 대출을 해준 은행 중 상당수는 메디슨에 대한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놓았다. 한 은행관계자는 “담보가 있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고 군색한 해명을 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3월 메디슨의 재무제표에 ‘적정’의견을 내놓았다. 메디슨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청산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실사작업이 필요하므로 메디슨이 회계를 분식했는지, 또 삼일회계법인이 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해 제대로 감사했는지 여부는 훗날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메디슨 회사채 등급변화 추이 | ||
한국신용정보 | 한국기업평가 | |
1999.6 | BBB | BBB |
2000.5∼6 | BB+ | BB+ |
2002.1.28 | BB- | |
2002.1.29(오전) | BB- | |
2002.1.29(오후) | D | 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