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론이 불거지면 주가가 크게 떨어지곤 했던 하이닉스가 29일에는 “독자생존을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채권단의 입장이 알려지자 10%나 뛰어올랐다. 인피니온과의 제휴설이 불거진 30일은 주가가 3% 가량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매각 협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으로 매각되는 것보다 독자 생존을 하는 게 오히려 주주들에게는 이익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알짜배기 D램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나면 하이닉스는 수익성이 없는 부문만 남게 된다”며 “매각 대금도 채권단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니까 하이닉스로서는 이득이 될게 없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깨달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처음 매각 협상이 시작될 때만해도 반도체 경기가 바닥이었지만 최근에는 128메가SD램 가격이 3달러 이상으로 오르는 등 경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독자생존이 주가에 호재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증권 민후식연구원은 이처럼 달라진 상황을 감안해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결렬됐다는 선언이 나오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기술적인 매매’로 상향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적인 매매’란 ‘매수’ 의견보다는 한 단계 낮은 것으로 반도체 경기나 회사의 실적 등 주변 상황에 발맞춰 주식을 사고 팔라는 뜻.
민연구원은 △저가 가정용 PC 시장에서의 업그레이드 수요가 이어지고 있고 △게임기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반도체 경기 회복이 빨라져 D램 가격이 연말에는 6달러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전망이 좋은 상황에서는 돈되는 사업부문을 싼 가격에 매각하는 게 주가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독자 생존 선언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려면 채권단으로부터 적어도 1조원 정도는 신규로 지원받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이뤄져야한다”고 민연구원은 덧붙였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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