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쪼개야 산다" 기업분할 붐…한화-LG등 가속화

  • 입력 2002년 1월 31일 17시 45분



재계에 새로운 구조조정과 생존전략의 하나로 ‘기업분할 붐’이 일고 있다. 여러 사업이 한데 섞여 있던 것을 잘게 나눠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주가(株價)를 높이고 기업의 핵심역량을 한 곳에 집중하자는 것.

주력계열사인 ㈜한화를 ㈜한화, 한화건설, 한화기계 등으로 분할하겠다고 최근 발표한한화그룹 정이만 홍보담당 상무는 지난달 31일 “한화의 사업영역이 너무 여러 가지로 섞여 있다 보니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잇따르는 기업분할 계획〓㈜한화의 무역 건설 기계 등 각 사업부문을 따로 떼 내는 회사분할은 그룹차원에서 추진 중인 2단계 구조조정 작업의 하나다. ㈜한화의 업종을 보다 전문화하고 사업부별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재무구조도 개선하는 다목적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총괄 CEO(최고경영자)와 각 부문별 CEO가 따로 있었는데 회사가 나눠지면서 책임경영체제가 더욱 확고해진다는 장점도 기대한다.

LG그룹은 이미 지주회사체제를 통해 기업분할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LG화학을 지주회사인 LGCI, LG화학, LG생활건강 등 3개사로 나눴다. LG전자도 4월1일자로 지주회사인 LGEI와 사업자회사인 LG전자로 분할한다는 계획.

LG는 2003년까지 화학부문의 LGCI와 전자부문의 LGEI를 통합해 지주회사를 하나로 만들고 밑에 사업자회사를 둬 지주회사 체제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코오롱상사는 지난해 회사를 코오롱스포츠(스포츠·캐주얼부문) 코오롱상사(무역부문) 코오롱CI(투자부문) 등 3개 회사로 쪼개면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인 고합은 지난해말 수익성 악화의 주역이었던 화섬부문을 비핵심사업으로 분리해 ‘배드(Bad) 컴퍼니’로 만드는 기업분할안을 확정, 석유화학 부문에만 핵심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효성도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특수소재 판매비율을 끌어올리는 대신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부를 떼 내겠다는 계획.

▽경영효율과 주가관리에 도움〓기업을 분할하면 주력사업부에 집중함으로써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고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호의적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한 회사에 여러 부문이 병존하는 복합산업에서 벗어나 특화된 영역에서 경영진의 핵심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경쟁력도 높아진다.

지난해 기업분할을 실시한 기업은 모두 19개.

거래소 상장업체 중에서는 신우, 한국전력공사, 세아제강, 종근당, 고합, 코오롱상사, 쌍용중공업, LG상사, LGCI, LG전자, 대우통신 등 11개사가 기업분할을 실시했다. 또 코스닥 등록업체 중에서는 피엠케이, 모헨즈, 아이텍스필, 동국산업, 아이에이치아이씨(옛 가오닉스), 리드코프(옛 동특), 신천개발, 엔씨소프트 등 8개사가 기업분할을 실시했다.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이혁주 부장은 “복합된 사업군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기업분할이라는 재무전략을 통해 회사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