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정보근(鄭譜根·40·사진) 전 회장은 중형(重型)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부친 정태수(鄭泰守·80) 전 한보그룹 총회장의 건강이 악화돼 늘 걱정이다. 올해로 6년째 복역중인 정 전 총회장이 심한 당뇨와 고혈압,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기 때문.
현재 정 전 총회장의 혈당치는 355∼400㎎/㎗까지 올라 있으며 혈압은 170∼200㎜Hg(심장 수축시 기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로 눈과 심장에도 이상 증세가 생겼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 96년 중풍을 앓아 오른쪽 손과 발을 제대로 쓰지 못하며 몸무게도 56㎏으로 14㎏이나 줄었다. 형기를 마치려면 앞으로 90세까지 수감생활을 견뎌야 한다.
그는 지은 ‘죄’와는 달리 아들에 대한 정(情)은 각별하다. 97년 한보사건 당시 정 전 총회장은 수사검사에게 “보근이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모든 죄목은 내 앞으로 올려달라”고 말해 아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뇌물공여죄 등으로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그의 아들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왜 그랬느냐”는 당시 아들의 ‘추궁’에는 “며느리 볼 낯이 없어 그랬다”는 짧은 대답뿐이었다고 보근씨는 말했다.
최근에는 대한노인회도 정 전 총회장의 구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인회는 최근 민주당과 법무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정 전 총회장이 받아야 하는 죄값이 무겁긴 하지만 이미 형기의 3분의 1인 5년 이상을 복역했고 고령에 각종 질병까지 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며 사면을 청원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