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조만간 1000에도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주가 1000시대’의 개막을 위해 해결되어야 할 전제조건으로 꼽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고 투자자의 심리가 안정되며 수급도 잘 조절돼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한국 경제가 질적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올라선다는 게 무슨 뜻일까? 굿모닝증권 강신우 상무는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부실에 발목잡히는 일이 없어지고, 기업경영이 유리알처럼 투명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평균 11배로 선진국 수준(20배)에 비해 아주 낮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그만큼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
강 상무는 “이는 주로 경영투명성 문제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투명성 얘기가 나오면 생각나는 충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창업자나 대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대주주가 사장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사실은 회사가 진정한 주인이며 대표이사나 임원진은 회사에 고용된 머슴일 뿐이다. 머슴이 함부로 주인 행세하면 잡혀간다.”(김권회 변호사·법무법인 김신유)
비록 용어에서 낡은 신분사회의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주인-머슴’ 비유는 매우 적절하다. 이를 현대적 용어로 바꾸면 ‘주인-대리인’ 관계다. 회사와 주주가 주인이며 임원진은 주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심부름꾼일 뿐이다. 한 상장사 임원은 “주총이란 올해 소출 결과와 내년 농사 계획을 주인에게 정직하게 알리고 허락을 얻는 자리”라고 풀이했다.
본격적인 주총 시즌이다. 28일에는 삼성전자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34개사가 주총을 연다. 해마다 반복되는 주총이지만 올해 주총에서도 지켜볼 것이 많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기업경영을 감시하겠다”고 선언한 기관투자가의 활약이 기대된다. 수년간 소액주주운동을 펼쳐온 참여연대는 올해는 기업뿐만 아니라 은행 주총에도 참석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주총을 앞두고 외국인투자자들도 자기 의견을 펴고 있다. 이 같은 일들은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머슴이 주인에게 소출 결과를 감추려다 난장판이 되곤 하던 ‘옛날식 주총’이 반복된다면 한 단계 도약도, 주가상승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허승호<경제부 차장>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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