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⑤]“모든것 다 바꾼다” 40代 CEO들 기염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14분


진대제 사장(좌), 황영기 사장
진대제 사장(좌), 황영기 사장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李在鎔·34) 삼성전자 상무보는 매일 오전 7시30분을 전후해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으로 출근한다. 그의 사무실은 삼성전자 윤종용(尹鍾龍) 부회장, 최도석(崔道錫) 경영지원총괄 사장의 집무실과 같은 25층에 있다. 이학수(李鶴洙)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 구조본 팀장들의 사무실은 26∼28층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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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무보는 윤 부회장과 이 본부장으로부터 수시로 경영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실무를 익히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과 첨단 전자기술 동향에 관심이 많아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직급을 가리지 않고 해당 분야에 정통한 실무자를 찾아 묻는다. 삼성전자의 진대제(陳大濟) 이기태(李基泰) 사장과 삼성증권 황영기(黃永基) 사장도 조언 빈도가 잦은 핵심인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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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무보가 이건희 회장에 이어 앞으로 삼성가(家)의 3세 후계체제를 이어갈 주역이라는 것은 재계의 상식. 이달 말로 경영에 참여한 지 만 1년째가 되는 그의 ‘경영수업 성적표’와 행보에 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형규 사장(좌), 황창규 사장

이 상무보가 언제 어떤 형식으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고, 새 체제를 떠받칠 차세대 주자로 어떤 인물이 부각될지는 삼성의 미래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 실제로 삼성에서는 지금 ‘적절한 시점’에 경영권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이 상무보의 권한과 역할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세대교체의 주역’ 40대 및 50대 초반 임원진〓전문경영인을 중시하는 삼성의 기업문화를 감안할 때 전문성과 국제 감각을 인정받고 있는 40대 임원들은 앞으로 다가올 ‘이재용 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나이 차이가 상대적으로 덜 나는 연배끼리 호흡을 맞추다보면 차세대 주자들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

삼성 안팎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세대교체가 본격화할 경우 우선 올해 50세가 된 진대제 황영기 사장과 40대 최고경영자(CEO)인 삼성전자의 임형규(林亨圭) 황창규(黃昌圭)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또 40대 부사장급도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리더로 꼽힌다.

이재용 상무보

김병국(글로벌마케팅실장·47), 전명표(디지털솔루션센터장·45), 김재욱(기흥공장장·48), 박종우(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49), 권오현(LSI개발실장·49), 류병일(메모리사업부 기술센터장·49), 이문용 부사장(메모리반도체연구소장·49) 등이 두꺼운 40대 전문가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UCLA대 시스템공학 석사와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MBA)인 김병국 부사장은 지난해 7월 미국 AOL-타임워너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킨 주역. 미국 AT&T와 루스튼사 등에서 근무하다 영입된 전명표 부사장은 전자제품의 융(融)복합화 추세에 맞춰 신규사업 개발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차세대 리더의 조건은 변화지향성〓삼성의 한 계열사 사장은 요즘 이건희 회장이 93년 신(新)경영의 화두로 강조한 ‘가족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이 회장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골프를 시작해서 180야드 치기는 쉽지. 강사 지도를 받고 열심히 노력하면 200야드, 230야드 정도는 가능할 거야. 그런데 그 사람이 240야드, 250야드까지 치려면 스탠스와 그립 쥐는 자세 등등을 다 바꿔야 해. ○○○사장, 생각 잘 했어….”

삼성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은 혁신적인 사고 방식과 ‘필요하면 모든 것을 다 바꾼다’는 의지를 지닌 변화지향형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삼성 그룹 수뇌부의 생각이다.

▽이재용 상무보의 경영수업 성적표〓지난해 5월 이 상무보가 첫 번째 해외출장지로 택한 곳은 오지(奧地)인 브라질 마나우스의 전자공장 단지.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을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생일과 추석연휴 중에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현지공장을 방문하는 등 현장을 챙기는 자세를 보였다.

그의 1년 차 임원생활은 그룹 안팎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기존의 의사결정 구조와 조직 분위기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발언권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다는 평. 격식을 차리지 않으면서도 근무 경험이 많은 연장자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지킨다.

이 상무보의 경영입문 시기는 부친인 이건희 회장보다 늦은 셈. 이 회장이 26세에 이사 직함을 갖고 경영수업을 받은 반면 그는 33세가 돼서야 임원으로 경영에 공식참여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후계논의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폈던 삼성 측은 최근 이 상무보의 ‘실체’를 인정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그룹 안팎에서 이 상무보를 ‘상무보’로만 여기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며 “아직 경영수업을 받는 중이지만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이어받을 승계자인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삼성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주요 경영인
소속사 및 직위이름직책나이최종 학력
삼성전자 사장진대제디지털미디어네트워크 총괄50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
삼성증권 사장황영기대표이사 사장50런던대 경영학석사
삼성전자 사장임형규시스템LSI사업부장49플로리다대 전자공학 박사
삼성전자 사장황창규 메모리사업부장49MIT 전자공학 박사
삼성전자 부사장김병국 글로벌마케팅실장47하버드대 경영학석사
삼성전자 부사장전명표디지털솔루션센터장45노스웨스턴대 경영학석사

자료: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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