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국이나 대만업체 제품은 한국 제품보다 5∼10% 가량 싼값에 제조된다. 기술 경쟁력은 한국 업체에 비해 뒤처지지만 제조원가 부문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 업체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낮은 임금과 물가 덕택이지만 장비나 재료에 부과하는 관세가 없다는 점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전략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관련 원자재나 장비에 대해 무관세 원칙을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이나 일본 업체도 자국에서 만든 장비 재료를 주로 사용하므로 관세부담이 적은 편이다. 한국도 반도체 관련 장비 재료로 명확하게 분류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장벽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고율의 관세를 물어야 하는 품목이 많아 경쟁국에 비해 세(稅)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한 소자(素子)업체 관계자는 “매년 수십억원이 설비투자 장비 수입에 따른 관세로 나가는 데 대해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라며 “반도체 재료가 수백여종에 이르고 그 사용 목적이 반도체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체계적인 관세율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소 반도체 장비재료업체에 대한 신용확대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2000년 중반부터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금융기관들이 업계에 할당했던 신용비중을 축소하고 있어 업체들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
반도체산업협회 김창재(金昌滓) 이사는 “대규모 설비를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들은 기술인력이나 솔루션 등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은 여전히 담보를 요구하고 있어 돈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