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형사처벌과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하기로 하면서 개인사업자들의 이유있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소비자 편의와 과세 투명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 권장은 바람직하지만 과중한 가맹점 수수료을 낮추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카드 수수료는 또 하나의 세금 =작년 구조조정의 여파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옷가게를 운영하는 서모씨는 “매출액의 3.6%, 수익의 15%가 가맹점 수수료로 나간다” 고 말했다.
컴퓨터판매회사에 다니는 성모씨는 “100만원짜리 컴퓨터를 한 대 팔면 마진이 5만∼7만원이라며 수수료 3만6000원을 내면 남는 것이 없다” 고 불평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는 “세금을 내는 것은 억울하지 않지만 턱없이 높은 카드 수수료는 억울해서 못 내겠다” 면서 “신용카드 사용을 강제하는 정부가 나서서 수수료를 낮춰줘야 한다” 고 촉구했다.
국세청 관계자도 “탈세 목적이 아니라 수수료 부담 때문에 신용카드 받기를 꺼리는 업소가 많은 것은 사실” 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는 2.5%로 미국(1.9%)과 프랑스(1.5%) 등 선진국에 비해 높다.
더 큰 문제는 가맹점 수수료가 협상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영세업종일수록 가맹점 수수료가 높다는 점. 개인사업자들의 수수료는 3%대가 대부분이다.
▽재주 넘는 정부, 돈 버는 카드사=신용카드 사용액은 99년부터 정부가 권장정책을 펴면서 그해 42조6000억원, 2000년 78조9000억원, 작년 125조원 등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덕분에 신용카드사들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7개 전업카드사들은 작년 한해동안 전년의 2.7배인 2조5754억원의 흑자를 냈다. 충당금 적립액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무려 5조231억원에 이른다.
신용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는 별로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비씨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카드사의 작년 상반기(1∼6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분석한 결과 회사마다 148억∼1327억원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관계자는 “카드사 수익의 상당부분은 사실상 정부가 벌어준 것” 이라며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낮춰야 한다” 고 강조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신용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 |
업종 | 수수료율(%) |
콘도, 여행사 | 3.0∼3.6 |
골프연습장 | 2.7∼3.51 |
영화 예술 공연관 | 3.5∼3.95 |
가전제품 판매 | 2.7∼3.6 |
주유소 | 1.5 |
백화점 | 2.7∼3.6 |
슈퍼마켓 | 2.0 |
서점 | 2.97∼3.6 |
학원 | 3.42∼3.6 |
컴퓨터/사무기기 판매 | 2.7∼3.6 |
신차 판매 | 2.25∼2.7 |
자동차정비 | 3.6 |
종합병원 | 1.5 |
약국 | 2.7 |
이용원 | 3.6∼4.5 |
음식점 | 2.7 |
7개 전업사 기준, 2001년 10월말 현재.
자료:금융가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