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높아 카드 못받아요”…자영업자들 큰 불만

  • 입력 2002년 3월 7일 17시 10분


신용카드 안 받는 개인사업자는 모두 탈세혐의자인가.

최근 정부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형사처벌과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하기로 하면서 개인사업자들의 이유있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소비자 편의와 과세 투명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 권장은 바람직하지만 과중한 가맹점 수수료을 낮추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카드 수수료는 또 하나의 세금 =작년 구조조정의 여파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옷가게를 운영하는 서모씨는 “매출액의 3.6%, 수익의 15%가 가맹점 수수료로 나간다” 고 말했다.

컴퓨터판매회사에 다니는 성모씨는 “100만원짜리 컴퓨터를 한 대 팔면 마진이 5만∼7만원이라며 수수료 3만6000원을 내면 남는 것이 없다” 고 불평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는 “세금을 내는 것은 억울하지 않지만 턱없이 높은 카드 수수료는 억울해서 못 내겠다” 면서 “신용카드 사용을 강제하는 정부가 나서서 수수료를 낮춰줘야 한다” 고 촉구했다.

국세청 관계자도 “탈세 목적이 아니라 수수료 부담 때문에 신용카드 받기를 꺼리는 업소가 많은 것은 사실” 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는 2.5%로 미국(1.9%)과 프랑스(1.5%) 등 선진국에 비해 높다.

더 큰 문제는 가맹점 수수료가 협상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영세업종일수록 가맹점 수수료가 높다는 점. 개인사업자들의 수수료는 3%대가 대부분이다.

▽재주 넘는 정부, 돈 버는 카드사=신용카드 사용액은 99년부터 정부가 권장정책을 펴면서 그해 42조6000억원, 2000년 78조9000억원, 작년 125조원 등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덕분에 신용카드사들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7개 전업카드사들은 작년 한해동안 전년의 2.7배인 2조5754억원의 흑자를 냈다. 충당금 적립액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무려 5조231억원에 이른다.

신용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는 별로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비씨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카드사의 작년 상반기(1∼6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분석한 결과 회사마다 148억∼1327억원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관계자는 “카드사 수익의 상당부분은 사실상 정부가 벌어준 것” 이라며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낮춰야 한다” 고 강조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신용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업종수수료율(%)
콘도, 여행사3.0∼3.6
골프연습장2.7∼3.51
영화 예술 공연관3.5∼3.95
가전제품 판매2.7∼3.6
주유소1.5
백화점2.7∼3.6
슈퍼마켓2.0
서점2.97∼3.6
학원3.42∼3.6
컴퓨터/사무기기 판매2.7∼3.6
신차 판매2.25∼2.7
자동차정비3.6
종합병원1.5
약국2.7
이용원3.6∼4.5
음식점2.7

7개 전업사 기준, 2001년 10월말 현재.
자료:금융가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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