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신용등급낮아도 우량자산 있으면…”ABS 발행실적 껑충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에 자산유동화증권(ABS)이 구세주 구실을 하고 있다. 금융권의 신용경색으로 기업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도 한다.

9·11테러 여파로 자금난을 겪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12월 ABS를 각각 5050억원과 3050억원어치를 발행해 한 고비를 넘겼다. 금호산업도 현대와 기아자동차에 타이어를 납품하고 받을 대금을 담보로 ABS를 발행, 2000억원을 조달했다.

ABS는 회사채의 일종이지만 일반 회사채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ABS는 회사 자산을 유동화중개기관에 넘긴 후 유동화기관이 이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한다.

따라서 회사가 망하더라도 유동화기관이 확보한 자산에 문제가 없으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

금융감독원 정창균 자산유동화팀장은 “회사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이지만 우량한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ABS는 AAA나 AA등급을 받는 사례가 많다”며 “기업들이 ABS의 이런 장점을 알게 되면서 일반기업의 ABS 발행실적이 2000년 9278억원에서 작년에는 4조135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ABS 활성화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업체는 외상채권이나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회사. 제일제당 대한펄프 대상 등은 외상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수백억원씩 자금을 마련했다.

두산중공업 벽산건설 하이닉스반도체처럼 회사 보유 부동산의 덩치가 너무 커 단시일 내에 팔기 어렵거나 은행에서 대출한도가 차서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 어려운 회사들도 ABS의 일종인 부동산담보부채권(MBS)을 발행해 자금 마련에 성공했다.

KFC 등 프랜차이즈 영업점을 많이 갖고 있는 두산은 작년 말 각 프랜차이즈 영업점의 임차보증금을 담보로 ABS를 발행해 352억원을 마련했다.

미래에 들어올 현금을 담보로 ABS를 발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작년 한 해 항공료 수입, 인터넷 서비스 이용료, 휴대전화단말기 가입비, 주유소 기름 매출채권, 호텔 객실이용료 등 다양한 미래자산을 담보로 ABS가 발행됐다.외국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 등 이탈리아의 축구구단은 미래의 입장객 수입료를 담보로 ABS를 발행, 스타 선수의 스카우트 비용을 마련했고 팝 가수 데이비드 보위는 자신의 앨범판매대금으로 들어올 현금을 담보로 5500만달러어치의 ABS를 발행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일반기업의 ABS 발행추이 (단위:억원)
담보자산	1999년	2000년	2001년
일반매출채권	-	1306	2조7010
건설분양대금	2278	-	7986
통신관련채권	-	782	1282
부동산	-	5127	4347
임차보증금반환채권-		2063	600
대출채권	-	-	110
합계	2278	9278	4조1335

자료:금융감독원